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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관한법

안전조치

안전조치의 의의, 배경 및 발전단계

안전조치(Safeguards)란 비핵무기 국가가 평화적 핵에너지를 군사적으로 전용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기술적 수단을 말한다. 평화적 핵에너지의 군사적 전용 방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설립 목적중 하나로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안전조치 활동을 수행하여 오고 있다.

원래 안전조치는 평화적 핵에너지의 확대, 보급이라는 미국의 핵정책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선언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일환으로 서방국가들에게 핵물질과 핵기술 내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때 제공된 핵물질과 핵기술은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핵 수령국가들이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하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필요성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곧 안전조치였다.

같은 시기에 구소련도 미국에 맞서 동구권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자력이용에 관한 원조를 확대해 나가게 되었으며, 미국과 같은 이유로 핵수령국가들에게 안전조치를 실시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핵제공국가가 핵수령국가와의 사이에 원자력 이용과 협력에 관한 양자협정을 체결하고 여기에 안전조치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취하였으나, 국제원자력기구의 설립 후 이 기구에 안전조치활동을 이관하게 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설립 초기에 회원국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명목으로 안전조치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에 필요한 일반원칙 및 법규를 설정하였다. 1961년에 최초로 도입된 안전조치제도(Agency's Safeguards System)에 따라 100 MW 미만의 소규모 원자로와 이들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핵물질 및 특수 분열성 물질에 적용하다가, 1965년 보다 체계화된 새로운 안전조치제도(INFIRC/66/ReV.2)에 따라 더 큰 규모의 원자로 시설과 재처리공장(reprocessing plants), 핵변환공장(nuclear conversion plants) 및 핵연료 성형공장(?:fabrication plants)의 핵물질 등에 확대 적용하게 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 활동이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1967년 Tlateloco조약(라틴아메리카 핵무기 금지조약)과 1968년 비확산조약이 체결된 시점과 때를 같이 한다. 남미지역의 비핵지대 수립을 목적으로 체결된 Tlateloco조약은 각 당사국이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여 자국의 모든 핵활동에 대해 이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Tlateloco조약 제13조). 비확산조약은 평화적 핵에너지의 무기전용 방지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가 안전조치를 실시할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비확산조약 제 3조 1항), 당사국중 비핵국가에게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정을 체결하여 그에 따르는 안전조치를 수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기구 자체의 안전조치 제도 뿐만 아니라 Tlateloco조약과 비확산조약의 규정에 따라 안전조치 활동을 하게 되었다.

비확산조약 체결 직후에 설립된 안전조치 위원회(Committee)는 비확산조약에 따르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 이행 책임을 강조하고, 비확산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이에 체결될 안전조치협정의 내용을 형식화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리하여 "비확산조약과 관련하여 요구되는 국제원자력기구와 국가간 협정의 구성 및 내용(The structure and content of agreements between the Agency and States required in connection with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INFCIRC/153(Corrected), 1971)"이라는 제목의 권고문을 완성하였으며, 이것은 일명 모델협정으로서 안전조치협정의 정형화된 틀을 제공하고 있다.

안전조치 활동에 관하여 국제원자력기구와 회원국 사이에 체결되는 협정은 이 모델협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에 따라 안전조치를 실시하는 주요한 역할을 새로이 맡게 되었다. 그리하여 국제원자력기구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 보급한다는 임무 외에 핵에너지의 군사적 전용금지를 감시하기 위한 안전조치의 임무가 부여되었다. 현재로서는 평화적 핵에너지의 보급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 본래의 목적보다 안전조치 활동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조치의 목적, 대상과 범위

목적

안전조치제도의 목적은 첫째로 평화적 핵에너지의 군사적 전용방지에 있다. 오늘날에는 많은 국가들이 평화적 핵에너지를 얻기 위한 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평화적 핵활동에 이용되는 핵물질 기타 특수 분열성 물질과 핵시설은 언제라도 핵무기, 핵폭발장치, 기타 군사적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평화적 목적에 이용되는 핵물질과 핵시설이 핵무기를 포함한 핵폭발성 물질 생산 내지 다른 군사적 목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사찰하는 안전조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조치제도의 또 다른 목적은 비핵국가가 핵을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이용하고 비확산의무를 다하겠다는 약속의 이행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는 데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국제사회의 핵정책은 이원화되어 있어 평화적인 핵에너지에 대해서는 이를 권장, 보급하고 핵무기에 대해서는 그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1968년 비확산조약은 비무기 핵국가의 비확산의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어서,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도 비핵무기 국가는 핵을 군사목적 조장 수단으로는 일체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안전조치활동은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감시를 통해 비핵무기 국가의 성실한 비확산의무 이행을 확인시킴으로써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안전조치 활동은 비핵무기 국가의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 감시를 통하여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제적 안전성과 세계평화 도모에 기여한다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상

안전조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비핵무기 국가의 평화적 핵활동에 포함되는 핵물질 및 핵시설이다. 핵물질을 이용하여 핵에너지를 얻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우라늄 자연광석으로부터 우라늄과 토륨 같은 핵원료를 추출하는 단계가 가장 초보적인 단계이다. 추출된 핵원료를 농축우라늄으로 가공하여 핵연료를 만들면 이를 이용하여 원자로를 가동시킬 수 있게 된다. 핵연료는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을 거듭하여 막대한 양의 핵에너지를 발생시키게 된다.

에너지 발생후 원자로에는 핵분열 생성물과 사용후 연료(spent fuel)가 남게 되며, 이중 사용후 연료는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저장하거나 재처리공장에서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 쓰이게 된다. 여기에서 핵원료를 추출하는 과정부터 플루토늄 추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른바 핵연료 사이클(fuel cycle)이라고 하며, 안전조치는 이 핵연료 사이클 전 과정 내의 핵물질과 핵시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핵연료 사이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플루토늄이 함유된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30여개 국가에 산재되어 있는 430여 개의 상업용 원자로에서는 매년 6천 내지 7천 정도의 사용후연료가 산출되고 있으며, 플루토늄은 이중 약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플루토늄은 핵물질로서는 비교적 낮은 등급에 해당하지만, 강력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고 핵무기로 쉽게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핵확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사용후 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는 단계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고 있어서, 플루토늄 추출 기술은 곧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부분이 되고 있다. 원래 플루토늄의 확보는 핵무기 개발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난해한 부분이기 때문에 플루토늄만 확보되면 핵무기 제조의 나머지 부분은 비교적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핵확산 금지정책은 플루토늄 확보를 가능한 한 어렵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안전조치는 핵연료 사이클 전 과정 내의 핵물질과 핵시설을 대상으로 하되, 사용후 연료로부터의 플루토늄 추출 여부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연료 사이클 전 과정은 물론 평화적 핵활동의 범위 내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특정국가가 의도하는 경우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일본은 *헌법상 핵무기 개발이 금지되어 있고 대외적으로도 핵무기를 제조, 보유, 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과 고도의 핵기술 및 핵시설은 언제라도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플루토늄의 대량 보유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이 이를 핵무기 개발용으로 비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일본 정부 산하 원자력 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은 오는 201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의 플루토늄 85톤을 확보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반입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을 병행하기로 되어 있다.(*동아일보, 93/3/12일자;일본은 1970년 이래 자국의 사용후 핵연료 약 7000 미터톤을 재처리하도록 프랑스와 영국에 보냈으며, 재처리후 추출된 플루토늄을 항공기 또는 선박을 이용하여 다시 반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Physics Today, 1997/1, p.56-57)

일본은 플루토늄을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전량 사용한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플루토늄 8 kg 으로 1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음에 비추어 무려 1만여개가 넘는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플루토늄이 실제로 평화적 목적에만 쓰일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구소련이 플루토늄의 보유를 줄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플루토늄을 대량 비축하고 있는 일본의 의도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끊임없이 경계를 하고 있으며, 이같은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는 일본의 핵시설을 면밀하게 사찰해오고 있다. 안전조치는 이와같이 핵개발 가능성이 있는 국가가 핵무기 개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때때로 안전조치의 헛점을 뚫고 핵잠재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는 캐나다에서 도입한 원자로 CANDU와 미국에서 들여온 중수를 이용하여 사용후 핵연료를 얻고, 이를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축적함으로써 실제로 핵실험에 성공하였다. 인도는 1950년대부터 핵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래 줄곧 핵무기 제조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1974년 5월 라자흐스탄 사막애서 초기 형태의 핵무기 실험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인도의 핵실험 성공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유는, 종래에 핵무기 원료로 알려진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하지 않고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원료로 이용했다는 데에 있다.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여 핵무기를 제조하는 경우에는 고도의 핵기술과 핵시설 및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수의 선진국들만이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인도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로를 이용하여 얻어진 플루토늄으로 비교적 손쉽게 핵무기 개발을 성공시킨 사례로써, 상업적 원자로를 지닌 모든 국가들에게 핵무기 개발의 가능성을 부각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인도의 핵실험 성공은 전세계에 핵확산의 가능성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파급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한 전례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평화적 핵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존의 핵기술과 핵시설이 있고, 일정량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확보된 상태에서는 해당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핵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범위

안전조치가 구체적으로 실시되는 범위는 국제원자력기구 헌장과 비확산 조약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양자간의 목적 자체가 일치하지 않는 데서 연유한다. 다시 말해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조치의 실시목적을 평화적 핵에너지의 군사적 전용 방지에 두고 있는 반면 비확산조약은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로의 전환 방지에 두고 있으며(비확산조약 제 3조 1항), 이러한 목적상의 차이는 안전조치의 범위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내세우는 군사적 목적 전용 방지는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보다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핵무기 내지 핵폭발장치 뿐만 아니라 핵잠수함, 핵군함, 핵군사위성과 같이 핵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군사장비 및 시설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입장에서 보면 안전조치의 실시범위는 핵무기, 핵폭발장치와 기타 핵관련 군사장비 및 시설에까지 미치게 된다. 반면에 핵폭발장치 내지 핵장비라도 평화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비확산조약의 경우 안전조치의 실시범위는 실질적으로 핵무기 기타 핵폭발장치에 국한된다. 다만 평화적 핵폭발장치나 핵장비의 경우도 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조치의 범위내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핵폭발장치나 핵장비가 평화적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와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쓰이는 것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와 비확산조약간의 이같은 차이점은 안전조치협정의 모델이 되는 소위 모델협정(INFCIR/153)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이 모델협정은 비핵무기국 영역내의 평화적 핵활동에 이용되는 원료물질과 특수 분열성물질이 핵무기 기타 핵폭발장치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핵무기 기타 핵폭발장치의 제조 내지 무기로의 전용을 억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안전조치의 범위는 비확산조약상의 범위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비확산조약의 비핵무기국인 당사국과 개별 또는 공동으로 모델협정에 따르는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그 범위내에서 안전조치활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본래의 목적과 범위에서 일보 후퇴하여, 비확산조약과 모델협정의 규정에 따르는 안전조치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실시하는 안전조치활동은 비핵국가에서 신고한 품목에만 한정되어 있다. 비확산조약 당사국은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한 후 무기전용 가능성이 높은 원료물질, 특수 분열성물질 또는 이의 처리, 사용, 생산을 위한 장비나 물질(trigger list)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는 당사국의 신고를 바탕으로 해당품목에 한해서 안전조치를 실시하는 것이다(NPT, 96).

그러나 특정국가가 의도적으로 해당품목을 신고에서 누락시키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핵물질이나 핵시설 등의 신고를 고의로 누락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되며, 이는 인도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68년 Tlateloco 조약은 조약당사국이 핵무기의 실험, 배치, 사용, 제조, 생산, 획득, 소유 또는 이와 직간접으로 연루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받는 당사국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와 조약상 기구로 설립된 이사회(Council)에 의한 특별검색권(the power of special inspections)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 16조). 이와 같이 핵활동과 관련하여 강제적인 성격을 띤 검색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정국가가 핵무기 개발을 꾀하기 위해 일부러 신고를 누락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된다. 그러나 비확산조약이나 국제원자력기구 헌장에서는 강제적인 검색권을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신고를 누락하는 국가들을 견제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간에 핵물질, 핵장비 내지 핵기술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핵수출품목의 신고 대상은 원칙적으로 핵수출국가와 수입국 간의 원자력협정에 명시된 바에 따라 결정되며, 모든 거래 품목이 의무적으로 신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양국간의 협정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예민품목의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수입국가가 비당사국인 경우에 국제원자력기구는 해당국가의 핵활동을 규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신고 누락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수입국가인 비당사국은 은폐시킨 예민품목을 이용하여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기되는 것이 전면적 안전조치의 필요성이다. 전면적 안전조치란 안전조치의 범위를 확대하여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해 전면적으로 안면조치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면적 안전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신고가 누락된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해서도 안전조치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를 목적으로 관련물질과 시설을 은폐하는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면적 안전조치를 실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전면적 안전조치의 채택을 주도하고 있는 입장으로, 1974년 핵수출규제정책을 수립하고 1978년 핵불확산법(Nuclear Non-Proliferation Act of 1978)을 제정하여 이를 정책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에 프랑스와 독일 등은 전통적인 핵산업국가로서 핵수출을 통한 경제적 이익추구에 앞장서 왔기 때문에 이에 반대를 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3국 등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적으로 폭넓은 지지가 확보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으로 국제사회의 폭넓은 여론 수렴을 거쳐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주:NPT, 96-120)

안전조치활동의 방법과 종류

핵물질과 핵시설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하여 실시하는 안전조치활동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핵물질의 계량 내지 계측, 보고, 핵물질과 핵시설의 감시 및 봉인을 들 수 있다.

핵물질의 계량 내지 계측은 각 핵시설에 보관되어 있는 핵물질의 재고량과 변동량을 측정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통해 핵물질의 보유정도와 유출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핵물질의 계량 내지 계측은 핵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각 국가의 핵물질 보유량을 파악하는 기본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가 각 핵시설의 보유 핵물질을 계량하는 과정에서는 중대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즉 핵물질 계측시 10-15%의 오차율이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일부국가가 이를 악용하여 임의로 핵물질을 비축할 가능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계측시 오차율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로서는 핵물질, 특히 플루토늄이 핵시설에 잔류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기술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오차율이 높기 때문에 잔류량이 많은 경우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만큼의 플루토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1994년 일본 이바라기현 도카이무라 플루토늄 연료공장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계측과정에서 누락된 채 핵시설 내에 축적된 70kg의 플루토늄이 발견되어, 일본정부가 이를 전용했는 지의 여부를 놓고 국제적으로 물의가 빚어진 바가 있다. 이 플루토늄은 핵폭탄 9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이 사실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가 실시하는 핵사찰의 문제점이 지적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허점을 이용한 일본정부의 플루토늄 비축 의도까지 논란이 되었다.(*주:동아일보, 94/5/11)

감시는 안전조치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피사찰국은 핵물질의 재고량과 변동량의 보관 및 사용내역, 핵시설 현황 등을 기록하여 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하게 되어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를 검토한 후 보고서가 사실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발전소와 핵물질 보관장소 등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핵물질의 생산, 이동 및 비축 등을 감시하고, 이 필름을 분석하여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최근에는 먼거리탐사(remote sensing)를 이용한 감시가 병행되고 있다.(신문 참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관은 피사찰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각종 기록과 데이터를 검증하고 핵물질의 보관상태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는 국제원자력기구와 각국에 보고된다.

봉인은 피사찰국이 임의로 핵물질을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파견된 사찰관은 피사찰국의 각종 핵시설과 핵물질 보관장소에 봉인을 하고, 봉인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봉인 기술이 발달하여 금속, 광섬유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한 봉인이 실시되고 있다.

안전조치의 종류는 사찰 시기와 내용에 따라 정규사찰, 임시사찰, 특별사찰, 강제사찰 등으로 나누어 지고 있다.

정규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사찰을 말하며, 당사국의 각종 핵관련 시설과 핵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당사국은 미리 자국의 설비와 핵물질 등에 관한 보고서를 통하여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를 하고 그에 대한 사찰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되어 있다.

임시사찰은 비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사찰을 말하며, 핵물질이나 설비가 의심스러운 당사국 또는 안전조치협정 체결 직후의 당사국을 대상으로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체결 직후 그 기구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보고서 내용을 검증받기 위해 임시사찰을 받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특별사찰은 일반적으로 임시사찰 당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판단되거나 핵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경우에, 국제원자력기구가 당사국에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추가정보를 요구하여 실시된다. 1992년 루마니아에 대해 실시한 특별사찰은 핵개발 의사가 없음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자청해서 이루어진 케이스이다. 북한은 1992년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사찰을 받았으나, 북한이 개방하지 않은 영변 방사화학 실험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접근과 핵물질에 대한 추가정보 제공 등을 포함하는 특별사찰을 요구받자 이를 거부하고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까지 시도하였었다.

강제사찰은 특별사찰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가 강제로 실시하는 사찰이다. 아직까지 강제사찰이 실시된 사례는 없지만 사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를 강제하는 억제력의 효과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상과 같은 안전조치 활동을 통해 비핵무기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핵에너지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사찰업무가 폭증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안전조치의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안전조치제도를 확장하고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평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조치를 통해 평화적 핵활동이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비확산의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오고 있다. 안전조치활동은 평화적 핵에너지의 보급 및 확산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 본연의 목적보다도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현재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가장 주요한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전조치활동은 그 본래의 목적대로 핵확산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각종 사찰을 통하여 당사국들을 감시하고 감독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을 최대한도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핵잠재국가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지만, 국제원자력기구는 국내의 원전 시설 등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을 감시카메라로 감시하는 한편 독일의 재처리공장 도입 추진 뿐만 아니라 연구용 플루토늄의 도입 시도까지 무산시키는 등 철저하게 통제를 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러한 강력한 통제에 의해서 당사국들의 핵무기 개발의지를 억제시키는 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활동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로 제기되는 것은 안전조치활동의 비효율성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안전조치는 당사국에서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품목에 한해서만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사국이 고의적으로 품목을 누락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또한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핵시설에 비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인력과 설비는 제한되어 있어 이를 모두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되어 있다. 그 결과 인도와 같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성공시키는 국가가 등장하게 되었고, 일본에서는 계측과정에서 다량의 플루토늄이 누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전면적 안전조치의 실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부분적 안전조치는 효율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으므로, 안전조치를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에 전면 확대하여 안전조치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호응을 얻고 있으나, 각 국가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아 아직 국제제도로 정착되지는 못하고 있다.

둘째로 제기되는 것은 강제적인 검색권의 결여이다. 특정국가가 안전조치 대상 품목을 누락시켜 신고하는 경우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고 있는 경우에,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강제로 검색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신고를 누락하는 국가나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국가들을 구속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다.

물론 건강 및 안전성기준에 대한 권한에 비해서는 안전조치 검색권이 훨씬 강화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강제력 내지 구속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는 위반국가에 대한 지원 중단 정도이며, 더욱이 비확산조약에 탈퇴권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의 권한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사국의 심각한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여 유엔헌장에 따르는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국가에 대한 사찰을 강화하고 제재를 가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검색권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능가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들 수 있는 것은 국가간 형평성의 문제이다. 안전조치제도 자체가 불평등에 기초한 NPT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의 형평성 시비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안전조치제도에는 핵무기 국가와 비핵무기 국가 간의 불평등, 비핵무기 국가 중에서도 EURATOM과 일본, 스위스 등의 핵산업국가와 다른 국가들 간의 불평등, 그리고 비핵무기 국가중 NPT 당사국과 비당사국간의 불평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먼저 핵무기 국가와 비핵무기 국가 간에 제기되는 문제는 안전조치제도가 비핵무기 국가의 핵확산 금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핵무기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이미 기존의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인정을 받는 반면 비핵무기 국가에 대해서는 핵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핵개발을 극력 저지하고 있으며 그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 안전조치인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 국가는 안전조치의 적용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 대상국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다만 자국내의 평화적 핵시설에 대해 스스로 안전조치를 취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이러한 종류의 안전조치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실제로도 별다른 억제효과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비핵국가는 핵무기 개발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엄격한 사찰을 받게 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국제사회로부터 온갖 압력과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핵무기국과 비핵무기국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비핵국가중 핵산업이 발달한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이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유럽 비핵무기국으로 구성된 EURATOM과 일본, 스위스 등은 안전조치 실시에 있어서 다른 비핵무기국 들에 비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핵기술과 핵시설 등이 크게 발달한 핵산업국가들로,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들 국가의 기존 핵수준의 유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체 내의 사찰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들 국가는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파견한 사찰관이 아닌, 공동체 또는 자국내의 사찰원에 의해 안전조치를 실시하고, 검증이나 보고 등도 자체 내에서 하는 등 자발적인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협상을 통해 이와 같이 자국에 유리한 안전조치 협정을 이끌어 내었으나, 결과적으로 볼 때 핵산업이 다른 국가보다 발달하였다는 이유로 다른 국가들보다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 확실하며, 이 또한 안전조치의 차별적 요소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다음에는 비핵무기 국가중에서도 NPT당사국과 비당사국간의 불평등성을 들 수 있다. NPT당사국은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안전조치 이행의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사찰이나 강제사찰 등 강도높은 사찰을 통해 투명성을 확인받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비해 비당사국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핵물질, 핵설비 내지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를 다른 나라로부터 도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할 의무가 없게 된다. 현재 NPT 비당사국은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인데 이들 국가는 상당수준의 핵기술과 핵시설을 갖춘 데다가 대부분이 풍부한 우라늄자원까지 지니고 있어서 언제라도 핵무기국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이른바 핵잠재국가들이다. 따라서 정작 안전조치가 필요한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협약 비당사국이라는 이유로 통제를 하지 못하면서 당사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사찰을 실시하는 것 역시 불공정한 차별의 일종이라고 할 것이다.

환경적 관점에서의 안전조치

안전조치는 평화적 핵활동의 군사적 전용을 막기 위한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 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평화적 핵에너지와 핵무기를 별개의 것으로 판단하는 핵 이원화 정책에 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평화적 핵에너지는 국제적으로 보급을 확대, 추진하되 건강 및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기준을 통해 규제하고, 핵무기는 기존의 보유국 이외로 확산되는 것을 최대한 통제하되 이를 감시하기 위하여 안전조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때 안전조치활동은 오로지 핵무기의 개발 억제에만 목적이 있고, 그것이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 핵정책은 안전조치 범위 내의 핵활동을 환경적 규제의 대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핵활동에 대한 환경적 규제는 평화적 핵에너지와 결부시켜서만 접근하고, 핵무기에 대해서는 이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핵정책은 평화적 핵에너지와 핵무기를 분리시켜 파악하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평화적 핵에너지와 핵무기는 핵개발 초기의 관념과는 달리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들은 핵물질이라는 동일한 재료를 서서히 이용하느냐 빠르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평화적 핵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핵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원적 핵정책에 따라 평화적 핵에너지와 핵무기로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환경적 규제를 실시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환경적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규제방법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확립한 안전성 기준과 이를 보완하는 핵안전성 기준 프로그램은 핵물질의 이용, 저장, 수송, 폐기물 관리 처분 및 원자력발전소의 각 분야를 규제 대상으로 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핵에너지 이용에 관한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드리마일 원전사고와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들 기준은 핵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다. 안전성 기준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당사국에 이를 강제할 수 없고, 따라서 이행거부 국가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고후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안전성 기준을 보완하는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 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체결된 1994년 원자력 안전협약(Convention on Nuclear Safety)은 위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사국에게 원자력 시설의 안전관리 및 감독의무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협약의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되어 민간 원자력발전소의 운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민간 핵연료 사이클활동이나 연구용 원자로,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 및 처분 등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세부사항보다 일반적인 원칙과 절차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을 위한 국제적 규제를 확립한다는 취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주:박기갑, 원자력 안전협약의 법적 고찰, P.111-124 참조) 따라서 현행 제도상으로는 평화적 핵활동에 대한 안전성 규제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핵사이클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조치활동은 적용대상에 있어서는 안전성 기준과 별 차이가 없다. 핵사이클은 핵연료 추출단계에서부터 원자로 운전,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와 플루토늄 추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조치활동이 핵무기 개발 억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과정 중의 활동은 환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전조치활동 대상 분야에서도 사고 발생의 위험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안전조치활동의 목적과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활동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고발생에 따른 재해를 예방할 길이 없게 된다.

실제로 안전조치활동에 속하는 범위 내에서 핵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997년 3월에는 프랑스의 라아그 핵폐기물 재처리공장에서 폐기물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 소재 핵연료 재처리공장에서도 화재 및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공장에서는 바다 속에 설치한 폐기물 수송관이 해수면 위로 노출되어 주민들이 평상치의 3000배에 달하는 방사능에 노출되었고, 일본 도카이무라 재처리공장에서는 핵폐기물 고체화 처리시설에 화재와 폭발사고가 일어나 평상치의 13배에 달하는 플루토늄과 400배에 달하는 세슘 137이 방출되어 인부 수십명이 방사능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는 국제원자력기구에서 분류한 원전사고 8개 등급중 3등급에 해당하는 중대사고로서, 같은 등급에 해당하는 지난 91년 미하마 원전 증기발생기 손상사고보다도 더 심각한 일본 최대의 원전 관련사고로 알려지고 있다(*주: 동아일보 1997/3/11, 3/12...) 사고가 발생한 이들 재처리공장은 사용후연료를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핵시설로써, 안전조치활동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들이다.

이와같이 볼 때 안전조치활동 범위내의 핵시설 내지 핵물질을 통한 환경피해는 실존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따라서 안전조치활동과 환경피해를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안전조치 범위 내에서의 이러한 환경재해를 막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적극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원화된 국제핵정책에 따라 평화적 핵에너지 활동에 대해서만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고, 안전조치활동에 대해서는 환경적 개념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타당한 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대규모 환경피해는 평화적 핵에너지 활동보다는 핵무기 개발의 경우 훨씬 더 발생할 가능성이 많고 피해정도도 심각하므로 이제부터라도 이에 대한 환경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