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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X Plant 사건이 주는 시사점
     산하온 (2021-07-10 오후 6:10:57)   Hit : 2   Vote : 0

 

* 2001년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MOX Plant 사건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1) 사건배경
MOX Plant 사건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MOX(Mixed Oxide Fuel, 혼합산화물핵연료) plant의 허가를 둘러싸고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발생한 분쟁 사건이다.

2001년 영국이 Sellafield에 있는 기존의 재처리공장 부근에 MOX Plant의 신축을 허가하자, 아일랜드는 공장이 인접해있는 Irish 해 연안에서의 핵 활동 강화와 해양오염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였다. 아일랜드는 긴급 상황을 주장하며 MOX plant 허가를 중지하도록 요구하였으나, 영국은 이를 거부하였다.

(2) ITLOS의 잠정조치 판결
2001년 10월 아일랜드정부는 MOX plant의 건설 및 운영 허가를 둘러싼 분쟁을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UNCLOS Arbitral Tribunal)에 회부하고, ITLOS(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영국이 MOX plant의 허가를 즉시 중지하거나 또는 MOX plant의 운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잠정조치를 명령할 것을 요청하였다.

아일랜드는 소송신청서에서 영국정부가
(a) MOX plant로부터 핵물질 기타 폐기물의 방출과 국제적 이동, 테러활동 등으로부터 Irish 해의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감소,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유엔해양법협약 제192조, 193조, 194조, 207조, 211조, 213조 등의 의무를 위반하고,
(b) MOX plant 허가와 관련하여 Irish 해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아일랜드와의 상호협력 부족, 정보 공유 거부 등으로 해양법협약 제123조, 197조를 위반하고,
(c) MOX plant 가동이 Irish 해의 해양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효과를 적절히 평가하지 못함으로써 해양법협약 제206조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근거 등을 제시하였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90조(잠정조치)에 따르면, 재판소는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각 분쟁당사국의 권리를 보존하기 위해 또는 해양환경에 중대한 피해(serious harm)를 방지하기 위해” 잠정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제1항). 분쟁이 회부되는 중재재판소가 구성되는 동안 잠정조치의 요청이 있고 2주 이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ITLOS는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장차 구성될 중재재판소가 “일응 (prima facie) 관할권”을 가지고 있고, “상황이 긴급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 한한다(제5항).

ITLOS는 이 분쟁이 해양법협약의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재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한 일응 관할권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다만 ITLOS는 중재재판소를 구성하기 전의 짧은 기간 내에 아일랜드가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지시할 만큼 “긴급한 상황”은 없다고 판단/하였고, MOX plant의 가동을 중지하는 잠정조치 대신 상호협력과 정보교환, 환경영향 감시, 해양오염 방지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하였다.

(3) UNCLOS 중재재판소의 추가적 잠정조치 판결
ITLOS의 판결이 내려진 후 구성된 중재재판소는 본 재판소가 일응 관할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영국정부가 중재재판소의 관할권을 부인하면서,/ EC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이 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소송당사자 적격을 갖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사법재판소가 관할권 문제의 심리에 들어가자 중재재판소는 심리를 중단하였고, 아일랜드정부는 2003년 6월 중재재판소에 추가적 잠정조치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아일랜드는 소송신청서에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a) 방출
영국이 MOX plant에서 나오는 액체성 핵폐기물을 Irish해에 방출하지 않고, MOX plant와 THORP plant의 방사성핵종 폐기물의 연간 방출량이 2002년 수준을 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b) 협력
MOX plant나 THORP plant에서 추가 재처리 계획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아일랜드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해야 한다.
(c) 평가
MOX plant나 THORP plant에 대해 해양법협약 제206조에 따라 중재재판소가 명령하는 환경영향평가의 결과를 배제하는 조치나 결정을 취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중재재판소는 먼저 해양환경에 중대한 피해가 있는지 심리를 하였으나, MOX plant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의 수준은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고 보고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중재재판소는 영국정부가 현재로서는 THORP에서 새로운 핵물질 재처리계약을 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고, THORP로부터 추가적 방출이 있다는 명백한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아일랜드가 “권리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피해(irreparable harm)의/ 긴급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협력과 평가 문제에 대해서도 중재재판소는 아일랜드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아일랜드의 추가적 잠정조치 신청을 기각했다.

(4) 시사점

MOX Plant 사건에서 아일랜드는 ITLOS에 영국이 MOX plant의 허가를 즉시 중지하도록 잠정조치 명령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ITLOS는 MOX plant의 가동을 중지하는 잠정조치 대신 상호협력과 정보교환, 환경영향 감시, 해양오염 방지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하였다.
ITLOS는 이 사건에 대한 “일응 관할권”을 인정하였지만, 중재재판소를 구성하기 전의 짧은 기간 내에 아일랜드가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지시할 만큼 “긴급한 상황”은 없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협력”에 기초한 잠정조치를 명령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소송 과정에서 사전예방의 원칙, 협력의 원칙, 환경영향평가, 정보 공개권 등 국제환경법원칙의 적용을 주장하였다. 사전예방의 원칙은 “심각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환경피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환경악화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ITLOS는 사전예방의 요소인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피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아일랜드의 환경영향평가 요구도 수용하지 않고 단지 환경영향을 “감시”하라고 명령하는데 그쳤고, 이러한 점에서도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재재판소는 추가적 잠정조치 심리에서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아일랜드가 권리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의 긴급하고 중대한 위험”이 있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조호르 해협 간척 사건(제7부속서 중재재판소, 2013)에서도 ITLOS는 긴급성을 인정하는 대신 양국이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하였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중재재판소가 구성되기 전까지 싱가포르가 대규모 간척 사업을 중단하도록 ITLOS에 잠정조치를 요청하였는데, ITLOS는 당사국 간 협력이 불충분했다고 보고, 양국이 협력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하였다.

다만 ITLOS는 간척사업의 환경적 영향을 연구할 독립된 전문가그룹을 설치하고, 간척사업의 위험 또는 영향에 대한 정보 및 평가를 정기적으로 교환하기 위해 양국이 협의하도록 요구하였다. 특히 독립된 전문가 그룹을 설치하여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양국이) 그 보고서를 고려하도록 명령함으로써, MOX plant 사건보다 일보 진전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양국은 독립된 전문가의 보고서에 따라 합의협정을 체결하고, 소송을 종결하였다.

위의 사례는 환경오염 관련 사건에서 재판소가 긴급성을 인정하는 잠정조치 명령을 내리는 데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원전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을 막기 위해 국제소송을 제기하고 잠정조치를 요청하는 경우, 보다 면밀하고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유엔해양법협약 상 분쟁해결절차 회부를 포함한 사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유엔해양법협약 제287조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의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제7부속서 중재재판소에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리 정부는 중재재판소가 구성되는 동안 ITLOS에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도 있고,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중재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신청할 수도 있다.

ITLOS나 중재재판소에서 잠정조치를 심리하는 경우, 방사능오염수 문제는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및 적용과 관련된 분쟁이기 때문에 중재재판소의 일응 관할권은 당연히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는 한국의 권리 보전이나 해양환경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잠정조치가 필요하고,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긴급성의 요건과 관련해서는 일단 방사능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되기 시작하면 방사능물질이 주변 해역으로 확산되어 심각한 해양오염을 초래하고, 해양환경에 되돌릴 수 없는 중대한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때 긴급성이 인정되려면 단지 해양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급박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출되는 방사능오염수의 위험성 여부이다. 방출되는 방사능오염수가 과연 해양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미칠 만큼 위험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 아니면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방사능오염수의 성분이 안전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밝혀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ALPS 처리수에 포함된 방사능물질의 종류와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Grossi IAEA 사무총장은 일본정부의 후쿠시마원전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 방안/ 결정을 환영하며, 일본이 선택한 오염수 처리 방법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국제관례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의 많은 양의 물이 독특하고 복잡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일본정부의 결정은 세계적 관행과 일치하고 처리수 방출은 전 세계적으로 원전 운영에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IAEA가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적극 지지하는 상황에서, 긴급성에 근거한 잠정조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LPS 처리를 거친 방사능오염수가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능물질을 모두 걸러냈고 안전하다는 것은 일본 측의 데이터에 따른 일본 측의 주장이다. 이들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합리적이고, 신뢰가 가능한 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정부의 자료 비공개, 삼중수소와 기타 방사능물질의 위험성, 후쿠시마원전의 허술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ALPS 처리수의 검증과 모니터링, 해양방출의 장기적인 환경영향평가, IAEA 안전기준의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제15부 분쟁해결절차와 관련하여 제281조, 282조, 283조의 절차상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잠정조치 판결 결과, 긴급성에 근거한 해양방출 중단 대신 당사국간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양국이 협력하여 정보 교환과 모니터링, 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하고 해양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방사능오염수를 처리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적어도 일본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방사능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안소송에서 우리 측은 준비서면에서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이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환경 보호 및 보존의무의 위반이며, 중대하고 심각한 해양환경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본안소송에서는 제소하는 당사국 측에 입증책임이 있기 때문에, 우리 측에서 일본의 해양방출이 돌이킬 수 없는 해양오염과 피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본안소송에서 우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중재재판소는 일본 측이 위반한 해양환경보호 관련조항을 적시하고 이에 따른 해양환경보호·보전의무의 위반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중단해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중재재판소의 판결은 당사국의 이행을 강제하지는 않지만, 불이행시 국제법 위반으로 인한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재재판소의 판결은 최종적이며, 항소심 기타 추가적인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패소하더라도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

해양환경은 일단 오염되면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여 원상회복이 어렵고, 이를 복구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더욱이 방사능물질에 의한 피해는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오염수는 유례없는 원전사고로 인해 폐기된 원자로에서 핵연료와 직접 접촉하고 배출된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수백 종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방사능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는 행위는 해양환경과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되며, 그 영향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양환경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러한 점에서 후쿠시마원전 방사능오염수의 해양방출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김기순, 국제환경법정책학회 창립세미나 토론문,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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