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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정 에베레스트마저 점령당했다, 조용히 사람 공격하는 그놈(중앙일보)
     산하온 (2022-01-31 오후 11:12:48)   Hit : 7   Vote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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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2.01.31. 오전 11:00 수정2022.01.31. 오후 2:41

정종훈 기자


<사진>화장품 등에 쓰이는 마이크로플라스틱. 입자가 5mm 이하로 작지만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사진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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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우리 삶의 모든 것과 연결된 플라스틱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편리함을 무기로 일상에 파고든 발명품이 채 100년도 안 돼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눈에 보일까 말까 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 대표적이다. 5mm 이하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 곳곳을 조용히 점령한 데 이어 사람의 몸까지 파고든다.

컵, 그릇, 카드, 옷, 장난감…. 온종일 수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거기선 미세플라스틱이 끊임없이 나온다. 화장품 등에 쓰려고 일부러 작게 만든 1차 미세플라스틱부터 버려진 플라스틱이 이리저리 떠돌면서 쪼개진 2차 미세플라스틱까지 다양하다.

강동구 빗물에서 '플라스틱' 확인

<사진>지난해 거문도해수욕장에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 중국산 페트병도 보인다. 왕준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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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입자들은 하수관 등을 타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한국환경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15~31%가 미세플라스틱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전국 해안 18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한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들은 코, 입을 거쳐 인체로 들어오기도 한다.

이달 초 환경위생기업 세스코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이른바 '플라스틱 비'가 우리 동네에 내리는 셈이다. 연구팀이 지난해 6~7월 서울 강동구 빗물을 받았더니 100㎖당 미세플라스틱이 40~95개에 달했다. 앞서 호주 캔버라대가 발표한 시드니 남서부 빗물 분석에선 100㎖당 평균 2개였다. 국내 하늘에 훨씬 많은 미세 입자들이 있는 것이다.

세스코 측은 "미세플라스틱은 바닷물, 도로, 가정집 등 다양한 경로로 발생해 대기 중으로 이동한다. 오염물질들을 흡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새하얀 얼음으로 덮여 있는 남극 유니언 글래시어의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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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극지도 플라스틱 점령…'청정지대 없다'
심지어 빙하, 만년설처럼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검출된다. 더는 플라스틱 청정 지대가 없다는 의미다. 2020년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8848m) 꼭대기 주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눈 표본을 채취했더니 나일론, 아크릴 같은 다양한 성분이 나왔다.

최근엔 더 심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그린란드, 남극 대륙 등 극지방에서 나노플라스틱(nanoplastics)이 처음 확인됐다.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100㎚ 이하의 초소형 입자다. 종류도 폴리에틸렌(PE),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P), 타이어 파편 등으로 다양했다.

가디언은 "나노 단위의 플라스틱 입자는 매우 가벼워서 북아메리카, 아시아 도시들에서 바람을 타고 그린란드로 날아왔을 것으로 보인다. 남극에서 나온 것도 먼 대륙에서 해류를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진>2020년 제주 해변가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 사진 녹색연합
연 수만개 이상 섭취…신경독성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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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가장 큰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제품이 수백 년간 썩지 않고 끊임없이 마모되고 나눠진다. 물과 토양, 공기 등을 떠돌다 동물들이 쉽게 섭취한다. 그들을 먹는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 조개를 거쳐 인간의 소화기에 쌓이는 식이다. 이런 사이클이 무한 반복된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미국인이 연간 수만~수십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자연스레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연구는 이제 초기 단계다. 하지만 몸에 축적될 경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경성대 최윤식 교수팀의 '해양 환경의 미세 플라스틱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사람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간, 신장 등 전신으로 퍼진다. 일부 연구에선 신경독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섭취한 입자 크기가 클수록 독성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가구가 늘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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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대 건강도 위협…"사용 줄이는 게 답"
해답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기술이 개발되고 미세플라스틱 사용 규제도 강화됐지만, 이미 생산된 제품은 돌이킬 수 없다. 몇 세대 뒤 후손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다회용기 등을 쓰면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게 미래의 플라스틱 부스러기를 없애는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환경연구원 박정규 선임연구위원팀은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피해 저감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미세섬유, 양식용 플라스틱 부표 등의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배출된 1차 미세플라스틱을 회수하거나 사전 저감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해변에서 손으로 모래를 쥐었다 놓으면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보일 만큼 흔해졌다"라면서 "단순히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리기보단 일회용 제품 생산, 사용량을 줄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사전 예방, 사후 처리를 포함한 체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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