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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이원화정책 / 핵에 대한 국제적규제 / 국제기구에 의한 핵 규제 / 안전조치 / 핵에 관한 국제협약
국제원자력기구 (IAEA)
설립배경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미국-구소련 간에 구축된 냉전체제는 양 국가의 끊임없는 핵무기 개발을 통한 상대방 견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1950년대 초 미국에 뒤이어 구소련이 수소폭탄 실험에 최초로 성공한 사실은 미국에게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으며, 핵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평화를 위한 원자(Atoms for Peace)"라는 구호를 내세워 평화적 핵에너지의 국제적인 확산, 보급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즉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조건으로 자국의 핵물질, 핵기술, 개발능력 및 자금 등을 다른 국가에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3년 12월 8일 제8차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같은 정책전환을 시사하였으며, 그는 이 연설을 통해 핵에 대한 두려움을 평화적 이용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시에 핵의 국제적 관리를 제의하였다.

그후 미국은 약 40여개국에 핵물질, 즉 농축 우라늄을 공급하기로 약속하였으며, 안전조치에 관한 양자협정을 체결하는 방법을 통해 각 국가의 군사적 전용을 억제하였다. 이에 맞서 구소련도 중국, 동유럽 국가들, 아랍권 등에 핵 이전을 서둘렀으며, 역시 양자협정을 통해 핵수령국을 견제하였다.

그런데 안전조치협정(Safeguard Agreements)의 경우 군사적 전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핵공급국이 핵수령국을 사찰하고 감시할 뿐만 아니라 핵 이전이 전적으로 핵공급국의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핵수령국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미국과 구소련의 입장에서는 핵수령국의 핵 전용 여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관련 국가들을 두루 만족시키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서 국제적인 원자력 관리를 맡는 국제기구의 설립이 추진되었으며, 미국과 구소련의 타협 결과 1957년에 국제원자력기구가 설립된 것이다.

목적

국제원자력기구의 첫번째 목적은 세계 평화와 건강 및 번영을 위해 핵에너지의 확산을 촉진시키고 장려하는 데 있다.(*설립헌장(Statute) 제2조)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평화적 핵에너지를 연구, 개발 및 응용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기능을 가지며, 이를 위해 제정법에 따라 필요한 규정과 지침을 만들 권한을 갖는다. 또한 회원국의 핵물질, 장비 및 시설을 다른 회원국에 제공하는 중개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같은 국제원자력기구의 목적은 지난 30여년간 비교적 성공리에 수행되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설립되던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산업이 시험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원자로 디자인, 기술 및 운영 경험 등 원자로 이용에 관한 각종 정보와 자료의 교환 내지 배포에 중점을 둔 연구 및 개발 프로그램이 많이 도입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초기에 원자력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회원국들에 이같은 정보를 보급하고, 필요한 제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1960년대 및 1970년대에 이르러 원자력 발전소가 산업적 규모를 갖추고 상업적으로 응용되던 시기에는 원자로의 크기가 대형화되고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원자력 프로젝트에 참여함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는 각 회원국에 경제적 타당성 연구, 부지 재검토, 프로젝트 계획 등에 관한 권고와 인력 개발을 비롯한 원자력 훈련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세계적으로 모두 30개국에 430여 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보급되었기 때문에, 미래의 에너지 수급을 고려한 원자력 발전소의 필요성과 역할 분석 및 경제적 평가를 포함한 원자력 계획과 이행에 관한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화석연료보다 싼 값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핵에너지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대형원자로를 설치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하고 전력공급의 규모와 안정성 면에서 볼 때 여러가지 제한이 있어 급증하는 필요성에 비해 원전산업의 성장이 부진하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개도국이 이용할 수 있는 200-500 MW(e) 규모의 중소형 원자로(small & medium power reactors:SMPRs)를 보급하고 특히 개도국이 이용할 수 있는 원자력 계획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는 회원국과 밀접한 협력하에 원전 계획 연구를 수행하며, 회원국 지원을 위해 세계은행(World Bank) 등 관련 국제기구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주:Review of the Agency's Activities, 10-15) 이상과 같은 업무는 사무국(Secretariat)에서 관장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두번째 목적은 평화적 핵에너지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평화적 핵에너지의 확산과 보급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평화적인 목적만을 위해 이용되도록 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는 각 회원국에 특수 분열성 물질(special fissionable materials)과 기타 물질, 서비스, 장비, 시설, 정보 등을 지원할 때 이들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고 평화적인 목적만을 위해 이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게 되어 있다. 특히 특수 분열성 물질의 경우는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 제조에 전용되지 않도록 그 이용을 통제한다.

평화적 핵에너지의 무기전용을 막기 위한 업무는 안전조치 위원회(Safeguards Committee)에서 맡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1968년 NPT조약에 따라) 안전협정을 체결하는 데 이용되는 안전기준을 제정한다.

구성

국제원자력기구는 총회(General Conference), 집행이사회(Board of Governors), 사무국(Secretariat)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회는 모든 회원국으로 구성되는 최고기관으로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며, 매년 한 번씩 정기총회를 개최하도록 되어 있다.

집행이사회는 39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는 집행기관이며, 이사국은 핵물질 생산을 포함하여 원자력기술이 앞선 국가들과 지역안배에 따라 결정된 국가들에게 배분된다.

사무국은 지원행정업무를 담당하며 사무총장과 직원들로 구성된다.

핵 안전성 기준

최근 평화적 핵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원전시설이 확대됨에 따라 핵에너지로부터 일반대중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핵 안전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활동도 확대,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 회원국에 대한 권고 및 기술지원 형태로 시작된 국제원자력기구의 관련활동은 건강 및 안전성 기준을 설정하고, 회원국간 정보를 교환하고, 이에 필요한 국제forum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포함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설립법(Statute)은 핵 안전성 기준 설정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제원자력기구가 건강 및 안전성 기준을 확립하여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며, 핵이 건강과 삶에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 안전성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국가들 사이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모으고, 각 회원국들로부터 기존의 안전성 관행과 규칙에 관한 정보 및 방사선 안전성의 의학적, 기술적 측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를 토대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기준(Basic Safety Standards for Radiation Protection,1962)이 설정되었으며, 이 기준은 핵에너지 이용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법규(regulations), 지침(guides), 관행규약(codes of practice), 기타 관련 문서들의 기초를 제공하였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기준은 국제 방사선 보호위원회(Internatio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의 권고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기본적 안전성 기준(basic safety standards)과 세부 운영 기준(detailed safety standards)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 안전성 기준은 일반적인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것으로 핵물질의 이용, 저장, 수송 및 폐기물의 관리 내지 처분을 포함하여 모든 핵종을 다루는 작업과 방사선 연원에 적용된다. 이 기준은 최대한도의 방사능 노출 한도(최고 허용량)를 정하여 근로자와 일단 대중의 방사능 노출을 제한하는 한편, 기본 운영 원칙을 두어 방사능 보호 프로그램의 기본 조건, 핵시설 감시, 사고시 통보제도, 방사선 보호 프로그램 조치의 관할기관 결정, 안전성 규정 이행을 위한 검색제도 등을 명시하고 있다.

세부 운영 기준은 기본적 안전성 기준을 보완하고 특수 운영분야의 안전성 법규 내지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핵물질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운송규칙(Transport Regulations)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안전성 기준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성 시리즈(Safety Series)로 발표되었으며, 이중 상당수는 국제원자력기구와 다른 관련 국제기구, 즉 FAO, ILO, IMCO, WHO 등과 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1970년대에 들어서는 핵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대중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핵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원요청과 원전 프로젝트의 안전상 재검토 사례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 핵 안전성 기준 프로그램(Nuclear Safety Standards Programme:NUSS)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수락된 포괄적인 원전 안전성 기준과 지침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정부간 기구(governmental organization), 원전의 위치, 디자인, 운영 및 품질보증의 다섯 분야를 규율하는 최소한의 국제 안전성 기준과 지침을 설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 기준과 핵 안전성 기준 프로그램을 통해 핵 에너지 이용에 따른 건강 및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강제성이 결여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직접 운영을 하는 경우와 핵물질, 시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만 안전성 기준이 강제성을 가지게 된다. 이때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 기준과 장비 및 시설 디자인을 검토하며, 준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색관(inspector)을 파견할 권한을 갖게 된다. 만일 회원국이 안전성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을 중단하고 검색관이 철수하게 되지만, 국내관행상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한에서는 안전성 기준의 불이행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경우에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성 기준이 구속력을 갖지 않으며, 관련 국제기구의 권고에 준하는 효력을 갖게 될 뿐이다. 더욱이 이 기준의 채택이 총회가 아닌 집행이사회의 승인에 의해 이루어지기 ?문에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려우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안전성 기준의 제한된 법적 지위는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회원국들이 강제적인 안전기준의 채택을 논의한 적이 있었지만 각 국가의 국내기준을 단일화하고 기존 설비를 보수하는 문제가 쉽지 않을뿐더러 국가주권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1979년과 1986년에 각각 발생한 드리마일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는 기존의 핵 안전성 활동을 재평가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즉 기존의 안전성 기준으로는 이같은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다는 자각이 세계적으로 인식되었으며,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안전성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다.

사고 발생 후 국제원자력기구가 취한 후속조치는 무엇보다도 핵 안전성의 강화였다. 안전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핵 에너지의 안전한 이용을 전담하는 관련 부서(Division of Nuclear Safety)를 설치하였으며, 원전 운영상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등 이들 사고로 인하여 얻은 교훈을 미래활동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사고경험이나 핵 안전성 연구에 관한 회원국간 정보를 교환하고 보급하는 국제 forum의 역할을 하고, 방사능 누출 사고 발생시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지원하며, 포괄적 사고 보고 제도(Comprehensive Incident Reporting System)를 통해 사고의 원인, 예방 및 처리 방법 파악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요약)(Review of the Agency's Activities, 70-71)

이와 같이 볼 때에 국제원자력기구는 안전성 기준을 통해 핵에너지의 위험 통제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안전성 기준은 국가들 사이의 컨센서스와 기존 관행 및 많은 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핵시설 규제의 주요한 지침으로서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안전성 기준은 구속력있는 국제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국들에게 이를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데에 큰 헛점이 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고 강력한 국제 환경보호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안전성 기준에 관한 한 국제원자력기구가 행사하는 권한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안전성 기준의 준수 여부에 대해서 강제사찰 내지 강제검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국제원자력기구의 한계로 들 수 있다. 비확산 기준에 대해서는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사찰이 허용되고 있으나 안전성 기준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해당국가의 요청에 따라 (OSART 프로그램을 통해) 원전시설의 안전성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으나, 결함을 발견해 낸 경우에도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 변경이나 폐쇄를 강요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이는 핵무기정책이 2원화된 데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그러한 이분법적인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폐기물 관리

국제원자력기구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는 원자력발전소의 운전과정과 공업 및 의료분야의 핵 이용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한 것이다. 핵폐기물은 방사능물질이기 때문에 대기나 지하수를 통해 자연환경으로 전파되는 경우 인체 및 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게 되며, 자연분해되는 데 수천년 내지 수백만년이라는 장기간을 요한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처리하는 데 크게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처리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 국제원자력기구는 핵폐기물 관리 보다는 핵연료 사이클 전체에 중점을 두고, 기존 관행 및 법규의 평가와 건강 및 안전성 기준의 준비에 주력하였다. 이 당시에는 핵폐기물이 주로 연구소나 연구용 원자로에서 소량 배출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핵폐기물 관리와 연관된 초기 활동으로서는 당사국이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폐기물 처리 방법에 관한 정보를 수집 검토하며, 핵폐기물의 생태계 오염을 분석하고, 안전한 처분방법을 모색한 것 등을 들 수 있다.(*Rew, 57)

핵폐기물을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폐기물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은 핵에너지의 수요가 급격히 신장된 1970년대 초 이후의 일이다. 이 때에는 이미 노후한 핵시설로부터 상당량의 핵폐기물이 배출되기 시작하였으며, 각국이 이들 핵폐기물의 손쉬운 처리방법으로 해양 투기에 의존하여 상습적으로 해양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밸기에, 스위스 등의 국가가 1940년대 중반 이래 서로 앞다투어 태평양, 대서양 등의 바다에 핵폐기물을 투기해왔다.

국제사회에서는 비교적 일찍부터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58년 공해에 관한 Geneva 협약은 각 당사국의 핵폐기물 해양투기로 인한 공해오염 예방의무를 인정하고, 이를 위해 당사국이 관련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였다. 1972년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 채택된 스톡홀름 선언은 각 국가가 해양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다른 국가나 국제공역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 선언은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규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기초를 제시하였다.

스톡홀름 선언의 정신에 따라 폐기물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으로 1972년 런던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은 각 당사국에게 국내수역 밖의 모든 해양지약에 각종 폐기물을 투기하지 못하도록 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절대적으로 투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폐기물 범주에 따라 허용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즉 가장 유독성이 강한 물질은 해양투기가 절대로 금지되며, 그밖에 독성이 강한 정도에 따라 각 당사국의 특별허가 또는 일반허가를 얻어 투기를 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이때 고준위 핵폐기물과 기타 고준위 핵물질, 중준위 및 저준위 핵폐기물은 유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 분류되어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고 있다.

원래 협약 부속서에 따르면 고준위 핵폐기물과 기타 고준위 핵물질만이 해양투기가 금지되고, 중준위, 저준위 폐기물의 경우는 각각 특별허가와 일반허가를 얻어 해양투기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동해, 바렌츠해, 카라해, 북극해 등의 해역에 각종 핵폐기물을 무차별 투하한 것을 계기로, 1993년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핵폐기물은 일체 해양투기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런던협약의 체결과 더불어 그 역할이 한층 더 가중되었다. 즉 해양투기에 적절하지 않은 폐기물의 종류를 정의하고, 당사국에 해양투기 규제와 관련된 권고(recommendation)를 하며,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규제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주요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협약으로부터 부여받게 되었다. 이러한 지침은 당사국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최소한의 국제 안전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준위, 저준위 폐기물이 특별허가 내지 일반허가에 따라 투기가 가능했던 때에는 해당국가가 투기시에 준수해야 할 권고를 제시하고, 허가를 발급하는 일정한 요구조건을 설정하는 한편, 투기작업시 참관인을 파견하여 준수 여부를 감시하였다. 그러나 이들 폐기물에 관한 한 이같은 역할은 제거되었다.

그밖에 국제원자력기구는 각종 심포지움과 세미나를 통하여 핵폐기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 검토하고, 연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과학적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현행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은 핵시설에서의 핵폐기물 관리, 핵폐기물의 지하 처분, 핵에너지의 환경영향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Rev, 72)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폐기물 관리 및 처분활동은 주로 해양투기 규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1993년 IMO의 결의안에 따라 중준위, 저준위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기까지 많은 국가들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려왔다. 심지어는 중준위, 저준위 폐기물 뿐만 아니라 고준위 폐기물까지도 가리지 않고 투하하여 심각한 해양오염을 야기시켰다. 이러한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1946년 미국이 태평양 연안과 멕시코만 부근에 핵폐기물 투하를 시작한 지 거의 50여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결의안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해양투기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오염된 해양은 주변 생태계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후유증을 처리하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의 핵폐기물 재처리장에 인접한 노르망디 해안은 부근 주민들이 백혈병과 암 등 각종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핵폐기물이 대량 투기된 태평양, 대서양, 바렌츠해, 동해 등에서도 이러한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의 가장 큰 고충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핵폐기물 자체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보유한 핵시설에서는 끊임없이 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이를 안전하게 관리 및 처분하는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로서는 밀봉하여 지하에 매립하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지만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우리나라 등의 경우처럼 매립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이것 또한 쉽지가 않다.

그리하여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핵폐기물의 제3국에의 수출이다. 즉 최근 대만이 북한으로 핵폐기물의 수출을 추진하여 물의를 빚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대가로 자국의 핵폐기물을 제3국에 이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국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을 자체 내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뒤따를 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의 처분 및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한 국가에 폐기물을 이전시킴으로써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키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핵폐기물의 해외이전에 대해서는 이를 규제하고 있는 국제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유해물질의 해외이전에 대해서는 지난 1989년 채택된 바젤협약에 따라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핵폐기물의 해외이전에 대해서는 전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1997년 6월 23일에 열린 유엔 환경특별총회에서는 적절한 처리 및 저장시설이 없는 국가에 대한 핵폐기물 이전을 금지하는 결과문서를 확정하였으며(*동아일보, 1997/6/27), 곧 이어 열린 유엔 총회에서 이를 채택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 채택보다는 관련 법제도의 확립을 통해 적극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국제원자력기구의 새로운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