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헌법상의 환경권
환경권이란?
환경권(environmental right)이란 인간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인류는 보다 편리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기기 위해 여러 가지 인간활동을 추구해 왔으며, 이러한 인간활동은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의 오염과 파괴를 수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기, 우주, 물, 생물, 폐기물, 토양 등 모든 분야의 자연환경이 극심한 오염현상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같은 환경오염을 초래하게 된 요인은 크게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인구증가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산업화현상과 도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수많은 공장과 사업장, 가정에서 매연과 폐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급격한 인구증가와 인류의 생활수준 향상 욕구는 경제성장 추진으로 이어져 환경과 생태계 파괴를 더욱 유발시키게 된 것이다.
환경권은 인간이 나날이 심화되어 가는 환경오염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권리를 의미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물질문명의 발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각국의 환경권 보장
세계 각국에서 환경권의 개념이 대두된 것은 1960년대 말 이후의 일이다. 자연환경의 오염에 맞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위한 권리의 일환으로 환경권이 요구된 것이다.
가장 먼저 환경권이 보장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을 제정하여 국민의 환경권리를 확고하게 인정해주고 있으며, 각 주 헌법에서 환경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독일은 서독의 경우 1972년 개정된 연방헌법에서 쓰레기 제거, 공기의 청정유지, 소음방지를 규정하였으나 구체적인 환경권으로는 연결되지 않았고, 각 지방(支邦)헌법에서 산발적으로 환경권을 규정하는데 그쳤다. 동독은 1968년 헌법에서 자연보호규정을 두고 1970년에 국토문화법을 제정하였으나 실제로는 이행되지 못하였고, 전 국토상의 환경오염이 극심하였다. 1990년 통일독일은 환경기본법(Umweltrahmengesetz)을 제정하여 환경권을 보장하였고, 1994년 개정된 통일독일의 헌법은 자연적 생활환경의 보호(20조a)를 추가하여, 국가가 미래세대의 자손들에게까지 책임지고 자연적 생활환경을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70년 제 64회 임시국회에서 공해와 관련된 14개의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한 이래 환경관련법이 많이 채택되었으며, 공해규제에 관한 법률, 자연보호 환경파괴의 사전방지에 관한 법률과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었다. 1993년에는 환경기본법이 제정되었으나 헌법의 경우 환경권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고 생존권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상 환경권 보장
우리나라는 1972년 헌법에서, 국토와 자원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가 그에 대한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농지, 산지 기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은 국내의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보전을 명문화하고 국가가 이에 따르는 일정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에서 환경권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헌법 이후의 일이다. 70년대의 헌법에서는 환경권이 생존권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으나, 1980년 헌법에 이르러 환경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국가와 국민이 자연보전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어서 1987년 개정된 헌법은 환경권 규정을 더욱 보완하고 있다. 이로서 우리나라 헌법에서 환경권은 명문규정으로 확고하게 보장되고 있다.
헌법상 환경권의 내용
헌법상 규정
환경권을 명시하고 있는 1987년 헌법 제35조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2.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3.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법적 성질
우리나라 헌법에서 환경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권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여러 학설이 나뉘어져 있다.
환경권이 1) 인간의 존엄권에 속한다고 보는 설, 2) 행복추구권에 속한다고 보는 설, 3) 생존권으로 보는 설, 4) 존엄권 행복추구권 생존권의 세가지를 모두 포함한다는 설, 5) 생존권과 인격권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는 설 등이다.
헌법학자 김철수 교수는 환경권이 기본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기본권으로서 생존권적 기본권에 포함된다고 본다. 즉 4번째 학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권이 자유권적 성격과 생존권적 성격을 모두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권적인 성격으로부터 환경침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고, 생존권적 성격으로부터 환경보호보장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침해배제청구권은 자유권으로서 구체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별도로 입법화되지 않은 경우에도 보장이 되지만, 환경보호를 요구하는 청구권은 추상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법률에 명시되는 경우에 한해 구체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
우리나라 헌법상 환경권의 개념은 넓은 의미(광의)와 좁은 의미(협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볼 경우 환경권에는 모든 국민이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 권리뿐만 아니라 보다 좋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 권리가 포함이 된다. 다시 말해서 교육권, 의료권, 도로나 공원이용권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좁은 의미로 볼 경우 환경권은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 권리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권을 넓은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환경이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을 포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연환경은 지하, 지표 및 지상의 모든 물건과 이를 둘러싸고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를 말하고, 생활환경이라 함은 대기물 폐기물 소음 진동 악취 등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을 말한다.
헌법상으로도 환경권은 광의의 개념으로 파악되고 있다.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 35조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와 쾌적한 주거생활에 관한 권리, 36조 3항의 보건에 관한 권리는 모두 환경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우리나라 법제도는 넓은 의미의 환경권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는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헌법상에 규정된 광의의 환경권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1. 행복추구권:헌법 제 10조 규정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2.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 쾌적한 주거생활에 관한 권리:헌법 제 35조
3. 보건에 관한 권리 :헌법 제 36조 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한
헌법 제37조 2항은 다음과 같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환경권도 이같은 기본권 제한 규정의 예외가 될 수 없으며,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에 따라 제한 할 수 있다.
(*** 이상은 <김철수, "한국에서의 환경권과 환경입법", 환경 공해문제에 대한 한일의 법적 대응, 1995>를 정리, 요약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