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해양오염

해양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핵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과 국제책임- 해양투기를 중심으로

I. 머리말

핵폐기물(radioactive wastes)은 알파, 베타 또는 감마선을 방출하며 붕괴하는 불안정한 핵을 포함하는 불필요한 방사능물질을 말하며, 핵무기 실험과 핵발전소 운영, 공업 및 의료분야의 원자력이용 등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핵폐기물은 방사능물질로 되어 있어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장기적이고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핵실험에 의해 발생하는 방사능낙진과 핵발전소의 운영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를 비롯한 방사능폐기물은 외부로 누출되는 경우 대기나 지하수를 통해 자연환경에 급속히 전파되며, 적은 양으로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더욱이 핵폐기물은 화학변화에 의해 소멸되지 않고, 자연분해될 때까지 수천 년 내지 수십만, 또는 수백만 년의 기간동안 방사능과 열을 내게 된다.

1940년대에 시작된 이른바 핵시대 이래 많은 국가들이 전략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핵을 이용해 왔다. 동서간의 냉전체제가 계속되던 시기에는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여 통산 2,000여 회에 걸친 육지, 지하 또는 수중 핵실험이 이루어졌으며, 아직도 미국, 러시아 등은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핵에너지는 1970년대의 석유위기 이래 유력한 에너지 대체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나오는 온실효과기체의 억제를 위한 대안으로서 채택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가동하고 있으며, 원자로의 고장이나 파괴 등 안전성문제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핵에너지 의존도는 매우 높다. 1998년 말 현재 36개국에서 약 434기의 원자로를 설치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원전에 의한 에너지공급은 전체 에너지양의 16%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핵의 이용은 결과적으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을 양산해 내고 있다.

각국의 핵시설에서 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해결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밀봉하여 육지에 매립하거나 재처리하는 방식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재 및 미래세대의 생명과 건강에 여전히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 년 전 우리 나라의 안면도, 양산에 뒤이은 울진 지역 주민들의 집단적 반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폐기물의 안전도를 이유로 한 매립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핵폐기물저장소를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핵폐기물의 육지매립과는 달리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지 않고 저장소건설에 드는 비용도 절감하여,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이용되는 것이 해양투기(ocean dumping)이다. 해양투기란 폐기물이나 기타 물질을 고의로 바다에 처분하는 것이다. 1940년대 이후에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의 국가들이 핵폐기물을 포함한 각종 폐기물을 해양에 버려왔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30여 년 전부터 바렌츠해, 카라해 및 동해에 핵폐기물을 집중적으로 투기해 왔고 199년대 초에는 동해에 막대한 양의 핵물질을 투기해서 국제적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러시아는 육지의 핵폐기물저장소 시설이 포화상태에 있고, 앞으로 폐기해야 할 핵잠수함의 노후원자로와 기타 핵폐기물이 상당량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양투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법은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국제협력을 꾀하며, 해양투기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는 등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72년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협약(런던협약)은 핵폐기물과 기타 유해물질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대표적인 국제협약이며,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과 여러 지역협정들도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이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한 것은 최근의 일이며,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국가들이 핵폐기물을 공공연히 해양에 투기해 왔다. 이미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이 바다에 투기되었고 앞으로도 투기될 가능성이 남아있으며, 핵폐기물이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까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규제에 대한 국제법의 발전과정과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분석하고, 해양투기로 인한 환경 피해시 발생하는 국제책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각 국가에 의한 해양투기가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경우 피해국가가 이에 대해서 어떠한 국제책임을 추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국제법상의 주요 핵심문제이면서도 이에 대해서 명확한 원칙과 실행기준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핵폐기물의 투하로 인한 주변국가의 피해시 투하국가가 부담하는 국제책임이 현 국제법상 얼마나 규정되어 있으며,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을 관심있게 다루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이론적 기초 위에서 수 십 년에 걸친 러시아의 해양투기행위에 근거하여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책임을 추구할 수 있는가, 또한 그러한 경우에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추구할 수 있는 국제책임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I.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현황과 오염 실태

20세기에 들어 세계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산업화현상이 팽창함에 따라 식량, 물, 자원 등의 부족이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류의 해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다. 해양은 에너지의 잠재적 근원지로서 막대한 광물자원을 비축하고 있는 한편, 중요한 식량원이 되는 풍부한 생물자원을 포함하고 있다. 해양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어 인간활동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게 되며, 일단 오염이 되면 그 피해가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까지 미치게 된다. 따라서 해양오염의 예방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며, 이러한 점에서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것이 당위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바다에 폐기물을 투하하여 왔으며, 이중에는 상당량의 핵폐기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영국, 독일, 이태리, 벨기에, 네델란드, 스위스, 스웨덴, 프랑스, 뉴질랜드, 러시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67년 사이에 태평양과 대서양, 멕시코만 등에, 일본은 1955년부터 1968년 사이, 그리고 최근 동해에 상당량의 핵폐기물 등을 버려왔으며, 영국, 벨기에, 네델란드, 스위스는 1949년부터 1982년 사이에 북동대서양에 핵폐기물을 버려왔다. 이중 영국은 핵폐기물의 전체 해양 투기량의 3/4에 해당하는 양을 버려왔으며, 최근까지도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계속해왔다. 독일은 1967년, 이태리는 1969년, 프랑스는 1967년 및 1969년, 스웨덴은 1969년에 각각 북대서양에 핵폐기물 투기작업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1968년과 1972년 사이에 소량의 폐기물을 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국가들 중 가장 심각한 해양투기를 자행해 온 것은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지난 1959년부터 1993년까지 34년 이상 독가스와 방사성폐기물을 해양에 투하해왔으며, 특히 1966년부터 동해, 바렌츠해, 카라해 및 북극해 등지에 집중적으로 투하를 해왔다. 1993년 3월 러시아정부가 발표한 "방사능폐기물의 해양투기와 관련된 실태와 문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모두 228척의 핵잠수함이 394개의 원자력추진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원자력으로 추진하는 7개의 쇄빙선과 군수공장, 34기의 원자력발전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방사능폐기물은 대부분이 육지의 저장시설에 매립되지 않고 그대로 해양에 버려졌다. 구소련 당시 해양에 투하된 방사능폐기물의 총량은 250만퀴리에 달하며, 1966년부터 1991년까지 원자로 18기와 방사능폐기물 컨테이너 13,150개를 이들 해역에 버렸다. 이들 핵폐기물은 액체 및 고체를 망라하며, 고준위폐기물과 중준위, 저준위폐기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고준위폐기물이란 원자로를 운영하고 남은 사용후 연료를 말하며, 우라늄과 토륨,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테크네튬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이에 속한다. 우라늄은 원자로의 연료로 쓰이는 것으로 반감기가 71만년이고 전체방사능의 95%를 차지하는, 고준위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물질이다. 저준위폐기물은 일반적으로 반감기가 짧고 방사능의 강도가 약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말하며, 원자력발전소나 방사능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실 내지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작업복, 덧신, 샤워나 세탁시 나온 물, 방사선구역에서 사용된 공구, 기기, 장비, 폐기된 원자로, 우라늄찌꺼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준위폐기물은 저준위폐기물보다 반감기가 비교적 길거나 강한 방사능을 띤 종류를 통칭한다.

중, 저준위폐기물의 경우 부피를 많이 차지하기는 하지만, 수백 년의 기간이 지나면 방사능의 강도가 떨어져서 정상화되기 때문에 해양에 투하되더라도 해수, 어류, 해저토양 등 해양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1993년 동해에 많이 버린 것으로 알려진 폐기된 원자력잠수함의 냉각수 및 세척수 등의 액체성 저준위폐기물은 조류의 흐름에 따라 한 곳에 모여있게 되는 경우 외에는 바닷물에 희석되어 위험성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폐기물도 오랜 기간을 두고 계속해서 투기되는 경우 해양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고준위폐기물의 경우는 워낙 위험도가 높고 그 피해도 수십만 년부터 수백만 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므로 환경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준위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어 인간이나 생물에 방사선이 투사되면 생체내의 분자를 변형시키고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백혈병, 암, 백내장, 탈모, 정신장애 등 각종 질환과 기능장애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대기중이나 지하수, 토양 등에 유입되어 공기와 농작물, 음료수 등을 통한 간접적인 방사능오염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고준위폐기물이 바다 속에 투입되는 경우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모두 오염시키며, 오염된 어패류의 섭취를 통해 인간의 건강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영국이 세슘 137등의 고준위폐기물을 포함한 핵폐기물을 30여 년 이상 바다에 투기해온 아이리쉬 해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어류에 포함된 세슘의 농도가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며, 주변 해역의 주민들에게서도 방사성오염으로 인한 발병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동해는 반폐쇄해이기 때문에 핵폐기물을 투기하는 경우 주변해역과 우리 나라 및 일본의 연안환경에 큰 피해를 주게 되며,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고준위폐기물을 담은 콘테이너는 앞으로 10년 내지 30여 년이 지나면 부식되어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미국과 노르웨이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아 Murmansk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대, 건설중이며, 1997년에는 핀란드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핵함대의 핵추진 쇄빙선에서 나오는 액체성 핵폐기물의 정화시설을 갖추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군축합의에 따라 앞으로 핵잠수함 100척을 폐기할 계획이며, 이들 핵잠수함의 원자로, 냉각수 및 세척수 등이 배출되는 경우 기존 재처리시설만으로는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소도 포화상태에 있어서 이들 핵폐기물 처리에 최소한 1천억 불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지만 극심한 재정난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재로서는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중단하고 있지만 앞으로 각종 핵시설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 북극함대와 태평양함대가 노후한 핵잠수함과 핵폐기물로 인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나 일본 같은 주변지역에까지 큰 재앙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III. 해양투기에 관한 국제법적 규제

1950년대 초이래 국제사회는 해양오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다수의 협약을 통해 규제를 하고 있다. 해양오염의 효율적 통제는 해양환경을 보존하고 어류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법은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처음에 선박에 의한 유류오염 분야에서부터 시작되어 다른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핵폐기물을 포함한 각종 폐기물의 해양투기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1. 1958년 공해(公海)에 관한 제네바 협약

이 협약 제 25조는 협약당사국들이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로 인한 공해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방사성물질을 다루는 활동에서 나오는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관련국제기구와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각 당사국의 핵폐기물 해양투기로 인한 공해오염 예방의무를 인정하는 동시에 관련국제기구와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 조항은 국제법상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최초의 명문규정이다. 그러나 제네바 협약은 핵폐기물의 덤핑을 보다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며, 이를 규제하는 국제기준과 법규를 협약 자체 내에 설정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존하고 있다.

2. 1972년 스톡홀름선언(Stockholm Declaration)

1972년 스톡홀름에서는 국제환경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 회의를 통해서 전세계적인 환경협력을 약속하는 스톡홀름선언이 채택되었다. 스톡홀름선언에 포함된 26개의 기본원칙 중 제 7호와 21호는 각 국가의 일반적인 해양환경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기본원칙 제 7호는 각 국가가 인간의 건강과 생물자원 및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고 쾌적함을 해치거나 또는 합법적인 해양이용을 방해하는 물질에 의한 해양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단계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 21호는 각 국가가 자국의 환경정책에 따라 자국자원을 개발할 주권을 보유하는 한편, 그 관할권 내의 행위가 다른 국가 또는 국가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국제공역)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각 국가에 자원개발의 주권을 인정하되 상대적으로 환경보호의무를 부과함으로서 자원개발행위가 다른 국가나 국제공역의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 원칙들은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으나 각 국가로 하여금 해양오염을 예방하고 다른 국가나 국제공역에 환경적 피해를 미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함으로서, 핵폐기물을 포함한 기타 해로운 물질의 해양투기 규제를 위한 광범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이 원칙들에 의거하여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로 다른 국가 또는 국제공역의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스톡홀름회의에 의해 별도로 채택된 권고 86(Recommendation 86)에서는 해양투기 규제를 위한 국제제도의 설립과 지역협정의 체결을 요청함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권고 86 (c)항에서는 각 정부가 그 국민 또는 그 관할권하에 있는 개인의 해양투기를 통제하도록 보장하고, 특히 오염으로 인한 위험이 큰 폐쇄 및 반폐쇄해에서는 해양투기 통제를 위한 모든 국제기구 및 지역협정의 완성과 시행을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각 국가로 하여금 자국민의 해양투기를 규제할 의무뿐만 아니라 폐쇄해와 반폐쇄해에서의 국제기구 및 지역협정의 설정을 위한 노력을 강조함으로서 해양투기의 제도적 해결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3. 1972년 런던협약 & 1996 protocol

가. 1972년 런던협약

체결 배경

스톡홀름회의의 준비위원회에서는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간 해양오염 작업그룹(Inter-Governmental Working Group on Marine Pollution: IWGMP)을 설립하였다. 이 작업그룹에서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할 국제협약의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정부간 해양덤핑모임(Inter-Governmental Meeting on Ocean Dumping)을 주축으로 협약안이 추진되어, 1972년에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은 종래에 런던덤핑협약으로 불려 왔으나 1992년 11월에 개최된 제15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 런던협약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는 협약의 규제범위를 해양투기에 국한시키지 않고 소각 기타 해양오염의 원인을 총체적으로 규제하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협약은 1978년(소각, 분쟁해결), 1980년(소각물질 리스트), 1989년(부속서 III에 따르는 허가발급 절차), 1993년(저준위 핵폐기물 투하 금지)의 4 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협약에 의한 규제를 점차 강화해왔고, 1996년에는 protocol을 제정하여 협약 내용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런던협약의 목적 및 규제내용

런던협약은 국내수역(internal waters)밖에 있는 모든 해양지역에 각종 폐기물을 투기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서 해양오염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채택되었으며,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우리 나라 등 77개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해양투기문제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규율하는 최초의 다자협약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으며, 많은 국가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왔다.

이 협약은 협약당사국에게 폐기물의 해양투기 방지의무를 부과하여, 각 국가로 하여금 인류건강과 생물자원 및 해양생물자원에 피해를 주고 쾌적함을 해치며 합법적인 바다의 이용을 방해하는 폐기물의 방출, 특히 선박, 항공기, 선착장,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 등으로부터 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은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설정하고 각 국가들이 이를 이행하도록 하되 더 엄격한 국내기준을 채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많은 국가들이 해양투기를 억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협약은 폐기물의 범주를 셋으로 구분하여, 가장 유해한 물질에 대해서만 투기를 금지하고 나머지 물질들에 대해서는 각 당사국의 특별허가 또는 일반허가에 따라 투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의 부속서 I에 열거된 폐기물은 유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서 해양투기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black list). 고준위핵폐기물과 국제원자력기구가 인류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해양투기를 제한하는 기타 고준위핵물질은 여기에 해당되어 해양투기를 절대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부속서 II에는 사전 특별허가를 요하는 폐기물이 열거되어 있다(grey list). 중준위 및 저준위핵폐기물은 이 범주에 속하여 특별허가의 대상이 되며, 각 당사국은 이들 물질의 해양투기 허가시에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부속서 I, II에 포함되지 않는 물질은 세 번째 범주로 분류되며, 사전에 일반허가를 받아 해양투기가 허용된다.(white list, Annex III)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 저준위폐기물의 허가 발급시 투기물질의 특성과 구성성분, 투기지역의 특성과 처분방법 등 모든 요인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는 특별허가를 허용하는 요구조건으로 1) 투기장소가 국내수역, 대륙붕 및 주변 해역 밖으로 나가야 할 것, 2) 투기지역의 수심이 4,000미터 이상일 것, 3) 투기지역의 위도는 북위 50도 내지 남위 50도 사이일 것 등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파견된 참관인은 투기작업 선박에 승선하여 이들 요건의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국제해사기구(IMO)에 통고한다.

이 협약은 일정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여 유해물질의 해양투기를 허용하고 있다. 첫째, 기상이변에 따른 불가항력의 경우 또는 인명, 선박, 항공기, 선착장 기타 인공구조물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양투기가 위난회피의 유일한 수단이고 그로 인해 결과되는 위험이 다른 상황하에서 발생하는 위험보다 적게 되는 한 폐기물질의 종류에 상관없이 해양투기가 가능하다(제 V조 1항). 둘째, 인류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다른 해결책이 없는 비상사태의 경우, 부속서 I에 속하는 유독물질이라도 해당국가로부터 특별허가를 발급받아 해양투기를 할 수 있다(제 V조 2항). 셋째, 부속서 I에 해당하는 물질이 물리적, 화학적, 또는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급속하게 해양유기체 및 인류건강에 무해한 물질로 되는 경우에는 해양투기를 금지하지 않는다(Annex I, 8항). 넷째, 부속서 I. 1-5에 해당하는 물질이 극소량의 오염물질(trace contaminants)인 경우에도 해양투기를 할 수 있다(Annex I, 9항). 다섯째, 국제법상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의 특권이 인정되는 선박이나 항공기의 경우(예:군함, 해군보조함, 국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타 선박 내지 항공기로서 정부의 비상업적 업무에 이용되는 경우)에는 유독물질의 해양투기에 관한 이 협약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다만 각 당사국은 주권면제의 특권을 누리는 선박이나 항공기가 런던협약의 목적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제 VII조 4항)

이같은 예외규정에 비추어 볼 때 고준위핵폐기물과 고준위핵물질이라고 할지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해양투기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중.저준위핵폐기물도 특별허가없이 투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협약규정에 대한 예외에 해당되는 때에도 인간과 해양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의무에 따라야 하며, 해당 당사국은 금지된 폐기물의 해양투기 전에 그로 인해 악영향을 받게 되는 국가 및 국제해사기구 등의 국제기구와 사전협의를 하고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적절한 절차에 따르되, 실제로 취한 조치와 투기한 유해물질의 내용을 국제기구에 즉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각 당사국은 적절한 국내기구를 지정하여 핵폐기물의 사전허가를 발급하되, 그 영토 내에서 폐기물질을 적재하는 국가가 우선적으로 허가발급의 책임을 지고 당사국이 아닌 국가에서 적재하는 경우에는 해당선박이나 항공기의 등록국가 내지 국기국가가 이차적인 책임을 진다. 다만 국기국가 내지 등록국가는 자국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해 관할권을 갖기 때문에 발급허가의 여부에 상관없이 투기를 규제할 수 있게 된다.

핵폐기물 해양투기금지 및 동결에 관한 결의안

국제원자력기구는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규제를 위한 지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지침은 해양투기에 적합치 않은 고준위핵폐기물과 기타 고준위핵물질을 상세하게 정의하고 이의 덤핑을 금지하는 등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국내규제를 위한 국제기준으로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영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다수의 핵국가들은 협약규정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지침을 무시하고 고준위, 중준위 및 저준위의 핵폐기물을 해양에 투하해 왔다. 이러한 투기행위는 결과적으로 인류의 건강과 해양환경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가들과 비정부간 기구들이 강하게 반대를 했으며, 이에 대한 일정한 제재조치가 요구되었다.

그 결과 1983년에 개최된 런던협약 제7차 협의당사국회의(Consultative Meeting)에서는 핵물질에 관한 전문가회의의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때까지 모든 핵물질의 해양투기 동결(moratorium)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1985년 제9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정치적, 법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동결하자는 결의안을 채택 함으로서 이를 재확인하였다. 이들 결의안은 협약 본문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속서 개정의 형태로 협약에 포함되며,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협약당사국들을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국제법위반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러시아는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후 해양투기를 계속하였으며, 영국은 방사성물질의 해양투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몇몇 국가들은 사실상 이 결의안을 따르지 않았다.

1993년 개정안 채택과 핵폐기물 투기 전면금지

1983년과 1985년의 핵폐기물 투기 동결에 관한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극동해역에 대규모의 투기행위를 하여 국제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금지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어,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었다.

1993년 11월 런던에서 열린 제16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핵폐기물을 다량 발생시키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되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핵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해내는 국가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해양투기의 전면금지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반면, 덴마크, 네델란드와 같이 핵폐기물을 많이 배출하지 않는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전면금지를 주장하였다.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결과 채택된 것은 일단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되 25년마다 재검토를 하자는 안으로, 미국에 의해 제안되었다. 이 안은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영구적으로 전면금지하기 보다는 25년 후에 재검토를 하고 그 기간동안 기술발전을 통한 농도희석 등을 추진함으로써 해양투기재개의 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개정안에는 산업폐기물의 해양투기와 유독성 액체 폐기물의 해상소각 금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 개정안은 부속서 개정을 통해 런던협약에 포함되었으며, 1994년 2월 20일에 발효되었다. 개정안 투표에서 영국, 벨지움,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기권을 하였고, 그중 영국과 러시아는 최근까지도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의 수락을 유보하였다. 러시아는 1993년 개정안에 따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자제하고 있으며, 1997년 10월 27-31일 사이에 개최된 제 19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 Murmansk 핵폐기물 처리장의 확장공사가 끝나는 대로 개정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수락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93년 개정안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부속서 I, 제 9항에 명시된 최저기준(de minimis level)의 방사능 개념이다. 부속서 I의 제 9항에는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는 최저기준의 방사능을 포함하는 하수오니, 준설물질 등 폐기물의 해양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최저기준의 방사능을 포함하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는 허용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방사능의 최저기준은 IAEA가 정의하고 당사국이 이를 채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최저기준의 방사능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투기 가능한 방사능물질이 결정되므로 이를 정의하는 문제가 당사국들 사이에서 중심과제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1997년 12월에 열린 제 19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IAEA에 의뢰하여 투기예정인 폐기물질이 투기 가능한가 아니면 특별한 평가가 더 필요한가를 결정하는 지도원칙(guidance)을 설정하도록 요청하는 데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IAEA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 20차 협의당사국회의에 제출하였다.

IAEA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자연성, 비활성 물질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본래 자연 방사능 핵종을 포함하고 있으며 인공적인 방사능 핵종에 의해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약 목적상 이중에서 방사능 물질과 비방사능물질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비방사능물질이라고 정의된 물질은 방사성 구성요소나 투기에 따르는 결과와 상관없이 해양투기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는 최저기준의 방사능 개념이 Exclusion(배제)과 Exemption(면제)의 서로 다른 개념을 포함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clusion은 방사능 양에 관계없이 법규에 의해 규제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법규밖에 놓여있는 상황을 포괄하는 것이고, Exemption은 규제와 관련이 있다고 할지라도 너무나 당연하게 포함되기(triviality) 때문에 규제자의 관심밖에 있는 상황을 포괄하는 것이다. IAEA 보고서는 최소기준 개념에 이 두 가지 개념을 모두 포함하여, 자연적인 방사능(natural origin)이기 때문에 제어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개인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런던협약의 목적상 특정한 물질은 해양투기 금지로부터 제외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개인에게 피해를 미칠 위험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방사능이 인간에게 영향이 없음을 정의하는 방법으로는 총량으로 정의하는 방법과 에너지 크기에 의해 정의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중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이 총량으로 정의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에 의하면 인체가 노출되는 시간에 비추어 총량이 작은 경우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총량이 작더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가 포함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와 같은 경우의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제 20차 협의당사국회의는 IAEA의 보고서를 재검토한 후 최저기준 개념의 정의와 적용에 관한 임시 전문가그룹(Ad Hoc Group of Experts on the Definition and Application of the de minimis Group)을 만들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전문가 그룹은 IAEA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소기준 개념의 적용에 관한 지도원칙(Guidelines for the Application of the de minimis concept under the London Convention 1972)을 설정하여 제 21차 협의당사국회의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이 지도원칙은 런던협약의 해양투기 금지 규정을 고려할 때 어떤 물질이 비방사성물질로 판단될 수 있는가를 정의하고 있다. 즉 단계적인 평가절차에 따라, 최소기준의 방사성물질이라고 볼 수 있는 물질인가 아니면 더 이상의 평가가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지도원칙은 앞으로 과학적 기술적 발전에 따라 재검토되어 갈 것이다.

협약평가

런던협약은 각종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대폭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협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협약은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가로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태평양지역의 개도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의 국가들이 참여함으로서 협약의 적용영역을 넓혀 왔다. 뿐만 아니라 협의당사국회의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회원국간의 견해를 조율하고 논쟁점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공동의 광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각종 결의안 및 지침을 채택하여 당사국의 협약이행을 촉구하여 왔다. 또한 그린피스(Greenpeace)와 같은 비정부간 기구(NGOs)가 앞장서서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투기 등 회원국의 위반사례를 폭로함으로서 협약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협약의 성공에 일조하였다.

다만 이 협약의 규제기준은 최소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해양투기를 완전하게 규제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보다 강화된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더욱이 대부분의 다른 국제협약과 마찬가지로 자체의 감독기관을 갖고 있지 못하고 각 국가의 국내기관에 협약이행감독을 위임함으로서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여 왔다. 특히 핵폐기물의 경우 핵폐기물 전면 금지를 협약본문이 아닌 결의안을 통해 규정하여 그 이행여부를 각 국가에 자발적으로 맡겼으며, 그 결과 여러 국가들의 핵폐기물 해양투기행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였다.

이 협약은 이러한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협정 및 1982년 해양법협약에 의존하여 보완을 꾀하는 한편 4차례에 걸친 개정작업을 통하여 폐기물에 의한 해양투기 규제를 점차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해양오염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협약이행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요구되었으며, 그 결과 채택된 것이 1996년 protocol 이다.

나. 1996 Protocol

채택배경

런던협약이 내포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90년 제13차 협의당사국회의를 통해서였다. 이 회의에서는 런던협약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당사국들 간에 제기되었으며, 1991년 제14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의결을 통해 이를 통과시켰다. 1992년 제15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개정 일정과 개정그룹회의 개최에 합의하였으며, 1993년 제1차 개정그룹회의를 시작으로 3년간 개정작업에 착수하여 1996년 11월 7일 IMO 본부에서 열린 당사국 특별회의를 통해 1996년 Protocol(1996 Protocol to the Convention on the Prevention of Marine Pollution by Dumping of Wastes and Other Materials, 1972)을 채택하게 되었다. 1996년 Protocol은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하며 폐기물의 소각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런던협약보다 훨씬 강화된 형태의 해양투기 규제가 가능하게 된다. 이 protocol의 채택은 폐기물에 의한 해양오염을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이며, 동시에 런던협약의 성과를 바탕으로 21세기 해양환경 보호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당사국들 사이의 집약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Protocol은 런던협약의 15개 당사국을 포함한 26개국이 비준한 때로부터 30일 후에 발효되며(제 25조), 2000년 3월 31일 현재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등 8개국이 비준하였다. 이 Protocol이 발효되는 경우 이를 비준한 런던협약 당사국들 사이에서는 Protocol이 런던협약을 대체하게 된다(제23조).

1996년 Protocol의 목적, 적용범위와 일반적 의무

1996년 Protocol은 모든 종류의 오염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 보존하고, 폐기물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에 의해 야기되는 오염을 예방, 감소,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채택된 것이다. 1972년에 런던협약이 채택될 때에는 폐기물의 해상소각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가 명문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폐기물의 해상소각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비판적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1992년 제 15차 당사국회의에서 유독성 액체 폐기물의 해상소각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1996년 Protocol은 런던협약을 보다 강화하여 폐기물 기타 물질의 해상소각을 일체 금지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제 5조). 런던협약이 국내수역 밖에 있는 해양지역을 적용범위로 설정하여 국내수역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과는 달리 1996년 Protocol은 국내수역에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강, 호수 등 내륙수원을 제외한 국내수역에서 행하여지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은 Protocol에 의해 규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각 당사국은 국내수역에서의 투기나 해상소각을 통제하기 위해 Protocol 규정이나 기타 효율적인 규제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제 7조). Protocol 제 3조에는 당사국들이 준수해야 할 일반적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전예방적 접근방법(precautionary approach)과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의 채택이다.

사전예방적 접근방법은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입과 그로 인한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이들 폐기물질의 해양투기가 해양환경에 피해를 일으킨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으면, 당사국들은 폐기물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로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제 3조 1항). 이 접근방법에 의하는 경우 입증책임은 투기행위를 하는 자에게 있으며, 따라서 투기행위를 하는 자는 그 행위가 해양환경에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오염자 부담 원칙은 원칙적으로 오염행위를 한 자가 오염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오염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1996년 Protocol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을 허가한 자들이 오염예방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고 허가행위 조건을 규제하는 관행을 증진시키도록 각 당사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제 3조 2항). 또한 당사국들은 손해나 손해의 가능성을 환경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이전하거나 한 가지 오염 형태에서 다른 형태의 오염으로 변형시키지 않도록 규정(제 3조 3항)함으로써, 오염의 이전이나 변형이 오염자 부담 원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1996년 Protocol에 의한 해양투기 규제

1996년 Protocol 제 4조는 폐기물 또는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부속서 I에 명시된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폐기물을 투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부속서 I에 따라 해양투기가 허용된 물질은 다음과 같다.

1. 준설물질(dredged material);

2. 하수오니(sewage sludge);

3. 산업 가공 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어류 폐기물 기타 물질;

4. 선박, 플랫홈, 기타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

5. 비활성, 무기질 지질 물질(inert, inorganic geological material);

6. 자연성 유기물질(organic material of natural origin); 그리고

7. 작은 섬과 같이 고립된 지역 내에 있고 해양투기 이외의 다른 처분방법이 없는 쇠, 강철, 기타 응고성 무해물질로 된 대형 구조물(bulky items primarily comprising iron, steel, concrete and similarly unharmful materials)(Annex I, 1. 1-7).

4와 5의 경우, 파편으로 부유하는 물질이나 해양환경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은 최대한도로 제거되어야 하고, 해양에 투기된 물질이 어업이나 항해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Annex I, 2) 위 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6년 Protocol의 폐기물 규제방식은 런던협약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런던협약은 일정조건이 충족되는 한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투기가 금지 내지 제한되는 폐기물질을 black list, grey list, white list의 3가지로 나누어 부속서 I, II, III에 명시하고, 전면 금지, 특별허가, 일반허가의 발급에 의한 허용으로 각각의 경우를 구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1996년 Protocol은 폐기물 기타 물질의 해양투기를 일체 금지하고 부속서 I에 명시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극소수의 폐기물을 제외한 모든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런던협약의 경우보다 훨씬 더 강화된 형태의 해양투기 규제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질의 규제방식이 소위 Negative System으로부터 Positive System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정방식에 비추어 볼 때 1996년 Protocol에서는 런던협약의 부속서 I, II, III에 명시된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허용되지 않게 되며, 특히 핵폐기물의 경우 고준위 핵폐기물은 물론이고 중준위, 저준위 핵폐기물도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된다. 이로서 런던협약 체결이래 오랫동안 논의되어 오던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규제 문제는 일단 종결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사국들은 1994년 2월 14일로부터 25년 이내, 그리고 그후 25년마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여부에 대해 재검토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당사국들은 고준위 핵폐기물 기타 핵물질 이외의 모든 핵폐기물과 핵물질(중, 저준위 핵폐기물)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완성하고, 제 22조의 부속서 개정절차(당사국 특별회의에 참석, 투표하는 당사국의 2/3 다수결 찬성)에 따라 이들 핵물질의 해양투기에 대한 금지를 재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과학적 연구 결과 중, 저준위 핵폐기물의 해양투기가 환경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고, 재검토회의에서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이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는 다시 재개될 수 있다.

1996년 Protocol은 일정한 예외규정을 두어 폐기물의 해양투기나 소각을 허용하고 있다. 첫째, 기상이변에 따른 불가항력의 경우 또는 인명, 선박, 항공기, 선착장 기타 인공구조물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양투기가 위난회피의 유일한 수단이고 그로 인해 결과되는 위험이 다른 상황하에서 발생하는 위험보다 적게 되는 한 폐기물의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이 가능하다(제 8조 1항). 둘째, 인류의 건강, 안전과 해양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다른 해결책이 없는 비상사태의 경우, Protocol 규정에 의해 금지된 유독물질이라도 해당국가로부터 허가를 발급받아 해양투기나 소각을 할 수 있다(제 8조 2항). 셋째, IAEA에서 정한 최저기준(de minimus concentration)의 핵폐기물이 부속서 I. 1. (1-7)에 따라 해양투기가 허용되는 폐기물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해양투기가 가능하다(Annex I. 3).

위의 예외규정에 비추어 볼 때 핵폐기물의 경우라도 기상이변에 따른 불가항력이나 인명 선박 항공기 등에 대한 위험시, 비상사태, 그리고 최저기준의 핵폐기물인 경우는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라도 일정한 제한조건에 따라야 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불가항력이나 인명 선박 항공에 대한 위험시 인간의 건강이나 해양생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IMO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비상사태시는 해양투기로 영향을 받게 될 국가 및 IMO와 사전에 협의를 하고 관련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권고를 최대한도로 따르는 한편 해양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제 8조. 1, 2항).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1996년 protocol에서는 핵폐기물에 대한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어 있으나 일정한 예외의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해양투기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25년마다 재검토회의를 통하여 해양투기의 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핵폐기물이 인류의 건강이나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1996년 Protocol의 핵폐기물 투기의 전면금지 규정은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입법태도는 관련 지역협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 지역협정

특정해역의 오염규제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협정들은 런던협약이나 유엔해양법협약보다 핵폐기물 투기를 더욱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폐쇄해 또는 반폐쇄해의 경우 핵폐기물 투하로 인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중해의 해양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1976년 바르셀로나(Barcelona)협약과 그 의정서는 고준위 및 중, 저준위폐기물과 국제원자력기구가 정의하는 지중해에 기타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위험물질이 지중해에 투하될 수 없다는 명문규정을 두고있다.

남태평양 지역의 해양환경과 그 자원보호를 위해 체결된 1986년 누메아(Noumea)협약은 남태평양 지역에 일체의 핵폐기물 또는 핵물질을 투하할 수 없을 뿐더러 저장 내지 보관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 협약은 이들 물질을 이 지역의 해저 및 그 지하(subsoil)에 처분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1989년에 채택된 방사능오염에 관한 의정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러시아 등 흑해주변국가들에 의해 채택된 부크레스트 협약은 흑해 지역에 핵폐기물을 투기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발틱해의 해양환경보호를 위한 헬싱키(Helsinki) 협약은 핵폐기물을 포함한 위험물질을 이 지역 해양에 투하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엄격히 제한할 것을 당사국들에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 협약은 관련 국내기구의 사전특별허가가 있는 경우에는 해양투기를 허용하고 있다.

해양투기로 인한 북해 및 북동대서양의 해양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북해주변국가들이 모여 채택한 오슬로(Oslo) 협약은 유독성 폐기물질을 투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보다 독성이 약한 물질은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는 한편, 위원회(Oslo Commission)를 설치하고 협약당사국의 협약이행을 감독하고 있으나 핵폐기물을 구체적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슬로협약을 체결한 지 2년 후인 1974년에 오슬로협약의 당사국들은 빠리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은 핵폐기물의 덤핑규제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오슬로협약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89년 오슬로위원회는 빠리위원회와 통합하여 새로운 협약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1992년에 새로운 빠리협약(OSPAR Convention)을 체결하였다.

1992년 빠리협약은 오슬로협약과 1974년 빠리협약을 합병, 현대화하고 규제 내용을 강화하여, 해양오염원이 되는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준설물질, 하수오니, 생선찌꺼기, 선박, 항공기 등 예외적인 극소수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산업폐기물과 소각의 경우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사전예방원칙과 오염자부담원칙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새로운 인식변화를 수용하고 있으며, 나중에 채택된 런던협약 1996년 Protocol의 모델이 되었다. 빠리협약은 최소한 2008년까지는 북동대서양에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까지는 3/4다수결 투표에 의해 금지를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협약 발효 후 15년간 핵폐기물 해양투기 금지조치를 수락하되, 그 기간이 만료한 후에는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북동대서양에서 핵폐기물 투기를 금지하는 데 크게 반발하였으나, 이 같은 조건으로 협약에 서명한 것이다. 이들 지역협정은 핵폐기물 투기에 대해 런던협약보다 더 강화된 금지조항을 둠으로서 지중해, 발틱해, 흑해 등의 폐쇄해 내지 반폐쇄해는 물론이고 남태평양 등의 개방된 해역에 이르기까지 핵폐기물 투기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런던협약의 당사국이자 동시에 지역협정 당사국인 국가들은 런던협약의 규정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협정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런던협약의 핵폐기물 규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은 기존의 관습법을 성문화하고 새로운 해양법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해양법상의 제반 문제를 망라하고 있으며 해양환경 보호를 협약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고 있다 . 해양법협약은 모든 종류의 해양오염원을 4가지 범주(선박에 의한 오염, 심해저활동으로 인한 오염, 해양투기에 의한 오염, 육상오염원에 의한 오염)로 나누어 규제하고 있으며, 제12장(192조-132조)에서 해양환경의 보호 및 보존에 관한 포괄적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중에서 해양투기에 의한 오염문제는 제 210조 및 216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들 조항에는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는 않으나 내용상으로 볼 때 핵폐기물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폐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각 당사국에 대해 이로 인한 오염을 예방, 감소, 통제하기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제 210조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투기에 의한 해양환경오염을 예방, 감소, 통제하기 위해 국내법을 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각 당사국은 국내법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규칙 및 기준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 이때 국내법과 규칙 및 조치가 세계적 규칙 및 기준보다 덜 효율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당사국은 투기시 권한있는 당국의 허가를 얻도록 보장해야 하며, 영해, 경제수역 또는 대륙붕에 투기를 할 경우에는 이로 인해 악영향을 받게되는 국가들과 정당한 고려를 한 후, 반드시 연안국의 명시적 사전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은 런던협약에서 다른 나라의 국내수역이나 영해에 투기를 할 때 그 국가의 사전동의를 얻게 되어 있는 것을 보다 확대하여, 영해, 경제수역, 대륙붕까지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의 중요성은 연안국에 대해 투기허가의 발급권한 뿐만 아니라 영해로부터 200해리 이내의 해역에 투기를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서, 런던협약에서 명백히 규정하고 있지 않은 연안국의 관할권을 명문으로 보장하였다는 데 있다.

해양법협약 제 216조는 투기로 인한 오염에 관한 법을 집행하는 관할권을 구분하여, 영해, 경제수역, 대륙붕내의 투기에 대해서는 연안국이, 자국국기를 게양하고 있거나 자국에 등록된 선박 내지 항공기에 대해서는 국기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서의 폐기물 선적행위에 대해서는 영토국가가 각각 관할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런던협약의 제 7조 규정과 별 차이가 없다.

이밖에도 해양법협약은 192조-196조에서 각 당사국의 해양오염 규제 조치에 관한 의무, 제 204조-206조에서 해양오염의 위험 또는 효과에 대한 감시, 국제기구에 감시결과 보고, 해양오염활동의 잠재적 영향의 평가 및 보고 등의 당사국의무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6. 의제 21(Agenda 21)

지구의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국가들이 모였던 1992년 리우회의에서는 환경보존의 이념을 담은 리우선언과 여기에 포함된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행동강령으로서 의제 21을 압도적 지지에 따라 채택하였다. 의제 21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환경보존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한 점에 그 의의가 있으며, 40개 장(章)으로 구성된 중에 제 22장에서 핵폐기물의 환경안전관리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국가는 핵폐기물의 안전관리, 수송, 저장 및 처분에 의한 인류건강과 환경보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및 제도적 장치를 수립해야 하며, 특히 런던덤핑협약에서 적용되고 있는 저준위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자발적 금지를 법적 규제에 의한 금지로 대치할 수 있는 방안을 촉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각 국가는 일체의 핵폐기물을 해양인근에 처분하는 경우 사전에 과학적 보증을 통해 인간 및 환경 또는 해양의 합법적 이용에 어떠한 피해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결정되어야 하며, 이를 사전 예방적인 접근방안을 통해 추진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IV.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sub-seabed disposal) 1. 해양투기의 새로운 대안-해저 처분

런던협약은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에 대해서 명확한 금지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는 협약 채택 당시 해저 처분이 가능할 만큼 해양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관련국가들이 협약 내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후 해양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이 점차 해양투기의 대안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핵산업국가들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해양투기와 달리 금지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심해저 처분방법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1973년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고준위 폐기물을 해저에 처분하는 문제를 활발하게 연구하여 왔으며, 카나리군도와 북동대서양, 카리브해, 태평양연안 등의 해역에 폐기물을 담은 어뢰모양의 금속제통을 해저에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이러한 연구작업은 OECD의 핵에너지기구(Nuclear Energy Agency) 해저처분 작업그룹(Sub-Seabed Disposal Working Group)의 지원에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네델란드, 벨지움 등을 주축으로 이루어졌으며, 방사능이 해양환경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 검토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 해저 접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자 이 문제는 보다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2. 심해저 처분의 환경적 영향

해저 처분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이 방법에 의하는 경우 해저가 깊은 바다 속이기 때문에 방사능이 누출되더라도 인간에게 그 피해가 미치지 않고,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도 깊은 해저의 지질적 구조가 안정되어 있으며, 방사능핵종을 강력하게 접착시키는 끈끈하고 두꺼운 점토성 수성암층으로 되어 있어서 안전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저 처분의 타당성을 주장하였다 . 1974년부터 1986년 사이에 일단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적인 작업그룹은 연구결과 해저가 최적의 핵폐기물 처분장이라는 결론을 제시하여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하였다.

이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폐기물을 담은 용기가 해저에서 부식되는 경우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고, 지진 등 예측불가능한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에 안전하게 대처하기 어려우며, 경제성에서도 뒤진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해저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폐기하는 경우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간적으로는 인간에게 자연방사선보다 적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준위 핵폐기물이 해저에 다량 투입될 경우 고열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 경우 주변해역의 온도를 변화시켜 바닷물이나 해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해류의 영향은 거시적인 흐름이 될 경우 엘리뇨나 라니뇨와 같은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으므로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저가 깊은 바다 속이라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또한 핵폐기물을 담은 용기가 부식하는 경우나 지질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커다란 피해를 미치게 되며,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런던협약과 해저 처분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와 환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들을 주축으로 한 위 국가들은 해저 처분을 미래의 핵폐기물 처분수단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갔다. 1980년대 초 위 국가들은 연구용 순항선(research cruise)을 카리브해(하이티와 쿠바 부근), 북동 대서양(카나리 군도와 마드리아 섬 사이)과 남태평양 등으로 파견하여 처분장소를 물색하고 금속제통의 자유낙하를 시험하는 등 해저 처분의 실시에 대비하여 많은 준비를 하였다.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 문제가 이같이 적극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런던협약의 협의당사국회의 내에서는 심해저 처분이 협약에 의해 포괄되는가의 여부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런던협약 제3조 1항 (a)는 해양투기를 "선박, 항공기, 플렛홈 기타 인공구조물에서 폐기물 내지 기타물질을 해양에 고의적으로 투하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 해저 처분이 과연 해양투기에 포함되는가 하는 것을 판단하기에는 이 규정이 다소 모호하기 때문에 그 포함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 논쟁의 주안점이 되었다.

이 문제는 1983년 제7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처음으로 노르웨이 및 핀란드 대표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때 당사국들 사이에서는 고준위 폐기물의 해저 처분을 해양투기로 간주하여 협약의 범위 내에 포함시키고 따라서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대다수 국가들과, 해저 처분이 협약범위 내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프랑스, 네델란드 등의 국가들로 그 입장이 크게 나뉘어졌다. 1984년 제8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담은 결의안을 제출하였으나 정식투표를 하는 대신 협의당사국회의의 최종보고서로 대체하였다.

그후 1986년에 개최된 제10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고준위폐기물의 해저투기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환경적으로 수락할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규제기구가 협약 내에 설치될 때까지 이를 금지하기로 모라토리움을 결의하였으며, 대다수 국가들이 동의하였다.

1989년 제12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저준위 핵폐기물을 해저장소에 처분하는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임시 법률전문가 그룹(ad hoc Group of Legal Experts on Dumping)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1990년 제13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바다로부터 접근할 수 있는 해저 저장소에 중, 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은 런던협약에 의해 금지되며 해양투기에 관한 모라토리움에 포함된다는 결의안(Spanish Resolution)이 통과되었다. 다만 이 결의안에서는 해안으로부터 접근할 수 있는 저장소에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국, 영국, 구소련, 프랑스는 이 결의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하였으나 나중에 수락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위 결의안이 채택되었다고 해서 해저 처분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영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해저 처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해저 처분에 대한 지지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1986년 8개국으로 구성된 1억불의 해저 처분 연구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육상 처분방법을 택하였다. 그러나 네바다 주 유카 산과 뉴멕시코 주 남동부의 폐기물 처리 시범시설 등 국내 핵처분장 추진이 여론 반대에 밀려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해저 처분 지지자들은 해저 처분이 과학적,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정부지원금을 받아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4. 1996년 Protocol과 해저 처분

1996년 Protocol은 핵폐기물의 해저 폐기를 금지하는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해석상 이를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소지를 남겨 두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에 보다 근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Protocol은 제1조 4항에서 다음과 같이 해양투기에 관한 정의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해양투기란

I) 선박, 항공기, 플랫홈 기타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로부터 폐기물 기타 물질을 고의로 바다에 버리거나;

ii) 선박, 항공기, 플랫홈 기타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을 고의로 바다에 버리는 것;

iii) 선박, 항공기, 플랫홈 기타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로부터 해저와 그 지하(the seabed and the subsoil)에 폐기물 기타 물질을 저장하는 것(storage);

iv) 고의적인 투기 목적으로 플랫홈 기타 바다 위의 인공구조물 부지에 유기하는 것(abandonment or toppling)

을 의미한다.

위에서 i)과 ii)는 런던협약 제 3조 1항과 동일하고, iii)과 iv)는 1996년 protocol에서 새로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iii)항의 "폐기물 기타 물질을 해저와 그 지하에 저장한다"는 규정은 해저 처분에 가까운 표현을 담고 있어서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종래에 쓰이던 해저(sub-seabed)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해저 및 지하에 저장한다(storage in seabed and soil)는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서 동일한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1996년 Protocol은 부속서 I(Annex I)에서 준설물질, 하수오니, 산업 가공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선찌꺼기, 선박 해양구조물 기타 인공구조물 등 7개의 경우 외에는 해양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핵폐기물의 경우 고준위는 물론이고 중, 저준위 폐기물을 일체 바다에 투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같은 핵폐기물 투기 금지 규정은 Protocol의 해양투기에 관한 정의가 해저 처분을 금지하는 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하한 형태로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것은 곧 해저 처분의 금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1996년 Protocol이 해양투기를 해저 저장에까지 확대하여 정의한 것에 대해 반박을 하고, 해저 처분은 해양투기가 아닌 일종의 지질학적 육상 처분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정부가 해저 처분을 포기하고 육상 폐기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서도 비난을 하며 그것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을 하고 해저 처분의 추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5. 육상터널을 이용한 해저 처분

핵폐기물을 해저에 처분하는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한 것이 육상터널(land-based tunnel)을 이용한 해저 처분의 방식이다. 이것은 육상터널을 통해 해안으로부터 접근할 수 있는 해저 저장소에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여 핵폐기물을 해저동굴에 저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88년부터 포스마르크원전 부근의 해저동굴에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으며, 안전성에서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러시아, 중국 등지로 핵폐기물을 반출하려던 대만이 이 방식에 따라 대만 해협 부근의 우치우섬 해저에 핵폐기물을 저장하려는 계획을 검토 중에 있다.

육상터널을 이용한 해저 처분은 해양투기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국제법은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 런던협약이나 1996년 Protocol에서도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1990년 런던협약 제13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 채택된, 해저의 핵폐기물 처분을 금지한다는 결의안 내용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연안국의 국내관할권 내에 속하는 지역에 해저 저장소를 만들기 때문에 1982년 해양법의 심해저 관련 조항에 의해서도 규제를 받지 않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해양투기에 의한 해저 처분 방식과는 달리 국제사회의 비판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에 의하는 경우에도 해양투기에 의한 해저 처분과 마찬가지로 해양오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해저 지하에 매장된 방사성 폐기물이 주변으로 유출되어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심층지질학의 변수를 고려할 때 해저 지하의 핵폐기물이 영구히 안전하게 보관된다는 보장이 없고, 폐기물을 담은 강철 탱크가 부식되어 방사성 혼합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으며, 지진이나 화산폭발이 일어나는 경우 지하수면이 뜨거운 방사성 폐기물과 접촉하여 저장용기를 파괴함으로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등 육지 매장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로서 이 방식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은 1982년 해양법협약 제 208조에 규정된 "국가관할권 내 해저활동에 의한 오염" 조항이다. 이 규정에는 연안국이 그 관할권 내의 해저활동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해양환경오염을 예방, 감소, 통제하기 위한 법령을 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한 연안국은 이와 관련한 해양환경오염을 예방, 감소, 통제하기 위해 세계적, 지역적 법규와 기준, 관행, 절차를 제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육상터널을 이용한 핵폐기물의 해저 처분 방식을 규제하는 국제법규가 별도로 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V. 핵폐기물의 해양투기에 대한 국제책임 1. 국제책임일반

전통적인 국제법원칙

전통적인 국제법원칙에 따르면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같은 국제책임의 원칙은 환경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국가가 직접 수행한 활동이나 그 영토 내에서 허용한 활동 내지는 통제하에 있는 활동이 다른 국가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환경피해를 미치는 경우 해당국가는 피해당사자에 대한 책임 및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의하면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환경오염행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이 국가에 귀속되므로 결과적으로 국제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의무는 전적으로 국가에 속하게 된다.

근래에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 및 국민에 대해 크나큰 피해를 미치는 환경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그에 대한 국제책임 및 손해배상문제가 국가간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따라서 환경피해에 대한 국제법상의 국제책임과 배상제도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주요한 기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국제책임 및 배상은 단순한 재산상의 손실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주권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취하는 대신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또한 국제책임원칙의 정확한 내용과 한계, 특히 그 법적 기초 및 형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 하여 이를 둘러싼 논쟁이 적지 않다.

전통적 국제책임의 성립요건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국제책임의 성립요건은 첫째, 국제의무 위반의 결과 오염이 발생해야 하며 둘째, 행위와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세째,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통적인 국제책임의 기초는 과실(fault)에 있으며, 따라서 국제의무 위반에 대한 주관적 비난가능성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고의적 또는 악의적으로 국제의무를 위반했음을 요구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의무가 위반되었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있으면 된다. 국가는 국제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한 주의의무(due diligence)를 다하도록 되어 있으며,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 즉 오염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국제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가 예방적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결과가 발생한 이른바 위험한 결과책임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의무를 부과하여, 국제의무 위반이 없는 경우에도 국제책임을 인정하는 이른바 엄격한 책임(strict liability) 내지는 절대적 책임(absolute liability)이 적용된다. 행위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시간, 거리, 오염의 근원 확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검토하여야 하며, 조약에 따라서는 입증책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국가를 지정하기도 한다. 인과관계가 일단 인정되면 손해배상문제가 제기되며, 그 영역에는 원상회복, 금전배상 뿐만 아니라 명예회복 등 피해자에게 만족을 시켜주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국제관습법

국제책임은 일차적으로 국제관습법에 의해 규율되어 왔다. 즉 국제관습법은 국가들에게 환경보호에 관한 일차적인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관습법은 원래 선린관계(good-neighborliness)의 원칙에 연원을 두고 인접국가들 사이의 환경오염분쟁에 적용되었으나 차츰 적용영역을 확대하여 국제환경법의 일반적인 법규칙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국가관행, 국제법원 판결, 각종 결의안 및 선언, 조약 등을 통해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그러나 국제관습법은 일반적인 오염방지의무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규제내용이 모호해서 명확한 의무나 행위기준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한계로서 지적되고 있다. 국제법원의 판례

환경피해에 대한 국제책임문제는 국가들이 이 문제를 국제법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을 꺼려하는 탓에 선례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나, 트레일 스멜터 사건(Trail Smelter case), 콜푸 해협 사건(Corfu Channel case), 라누호(湖) 사건(Lac Lanoux case) 등이 주요한 선례로 꼽히고 있다.

트레일 스멜터 사건에서 중재법원은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영토에 매연으로 인한 피해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영토를 이용할 권리 또는 이용을 허용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문을 통해 국경을 넘는 오염방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확인하였으며, 동시에 의무위반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책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것은 "명백하고 확실한 피해의 증거"였다. 다시 말해서 대기오염의무 위반으로 인해 심각한 결과가 발생하였고, 명백하고 확실한 피해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 의무위반국가는 발생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피해는 과실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과실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며, 따라서 이 판결은 무과실책임 내지 엄격책임주의를 택하고 있다. 또한 이 판결은 종래에 국가 내지 국가기관의 행위에 대해서만 국제책임을 인정하던 국가관행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콜푸 해협 사건에서 국제사법법원(ICJ)은 각 국가가 "그 영토를 다른 국가의 권리를 해치는 행위를 위해 이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의무"를 갖는다는 것과 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을 밝히고 있다. 라누호 사건에서 중재법원은 불법행위 및 적정한 주의의무를 결여한 행위에 대해서만 국제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 판례를 통해 볼 때 판례법은 국가가 그 관할권 범위 내에 있는 행위에 의해 영토 밖에서 발생한 환경피해에 대해 불법행위 및 적정한 주의의무 결여로 인한 책임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그 밖의 사례를 통해서도 환경오염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그 위반시 불법행위의 발생과 국제책임이 입증되고 있다.

국제문서

국제관습법상의 환경보호의무는 1966년 헬싱키 규칙(Helsinki Rule), 1972년 스톡홀름 선언, 1987년 미국 대외관계법 (Third Restatement of Foreign Relations Law of the U.S.), 1982년 UN 총회 결의안 37/7(Resolution no.37/7),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사무국의 1976년 각서(note) 등 여러 국제문서에 구현되어 있다.

이들 문서는 국제관습법에 기초한 국제책임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문서로 평가되고 있는 스톡홀름 선언의 기본원칙 제 21호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국가의 환경보호의무와 다른 국가 및 국제공역의 환경피해에 대한 국제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기본원칙 제22호는 각 국가의 개별활동으로 인하여 관할권 밖의 지역에 환경오염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대외관계법은 제 601조(Section 601)에서 국가가 환경오염 예방의무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미친 중대한 환경피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1982년 해양법협약 제 235조 등은 국가의 관할권 또는 통제하에 있는 행위가 환경피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분야별 관련협약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위의 보편적 협약 외에도 국제책임을 단편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조약이 다수 있다. 1972년 우주물체로 인한 손해에 대한 국제책임 협약, 1972년 런던협약, 1976년 지중해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바르셀로나 협약, 1977년 환경변화기술의 군사적 기타 적대적 이용 금지에 관한 유엔협약, 1979년 장거리 국경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제네바 협약,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 등이 그것이다. 이들 조약은 지극히 일반적인 의무부터 적정한 주의의무, 엄격한 의무, 그리고 절대적 의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주의 의무와 그 위반에 대한 국제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국제사법상 영역의 도입

위에 본 국제관습법, 보편적 협약 및 단편적 조약들에 의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국제책임제도는 아직도 원활하게 발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국제환경법에 있어서는 국제책임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실제 역할이 크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차선책으로 이용되는 것이 국제책임을 국제사법상의 영역으로 옮겨서 사적, 개인간의 보상문제로 대체시키는 방법이다. 즉 국제법상의 국제책임을 인정하되 피해보상을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오염자와 피해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에 의뢰하여, 관련당사자 간의 국내법제도 또는 구제책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 제 235조는 이같은 접근방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피해자가 환경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까지 많은 장애가 놓여 있으며, 국제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법상의 문제까지 추가해서 부담하게 되는 등의 한계가 있다.

2. ILC 협약안

성문화작업

국제관습법과 상술한 국제문서, 분야별 협약 등에 의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제책임원칙은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현실화되지 못하여 왔다. 그것은 국제책임원칙을 실행하기 위한 국제법상 제도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 차원에서 국제책임을 규율하는 포괄적인 국제법규가 요구되었으며, 이러한 국제법규의 성문화작업이 오래 전부터 국제법위원회(ILC)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국제법위원회는 1953년 UN에서 결의 799(VIII)에 따라 국제법원칙의 성문화를 촉구한 이래 이 분야의 성문법전화 작업을 전담하여 추진해 왔으며, 국제책임을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책임과 합법적인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국제책임으로 구분하여 전자를 국가책임(State Responsibility), 후자를 국제법상 금지되지 않은 활동으로 인한 해로운 결과에 대한 책임(International Liability for injurious consequences arising out of acts not prohibited by international law)으로 각각 별도의 협약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이들 협약안은 국가의 개인활동 통제능력을 넓히고 국가에 귀속될 수 있는 개인행위의 영역을 확대하여 국가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약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아직 초안 상태에 머물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산적해 있어, ILC 협약안은 아직 형성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책임 협약 초안 (1996년 1회독 결과를 중심으로)

* 국가책임에 관한 협약안은 1996년에 1회독을 마치고 현재 2회독 중에 있는데, 특별보고자인 Crowford 교수는 제19조 3항 D에 명시된 국제범죄를 협약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이를 반대하는 대다수 위원들과 논의 중에 있다. 따라서 국제범죄 조항의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추이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아래의 내용은 1996년 1회독을 마친 결과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국가책임에 관한 협약 초안에서는 국제불법행위를 불법행위와 국제범죄로 구분함으로서 환경의무 위반행위가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범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러므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포함한 환경오염 행위에 대해 훨씬 강화된 형태의 규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협약 초안에 따르면 국가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상 국가행위와 국제의무 위반행위가 필요하도록 되어 있다. 해당 행위가 국가에 귀속되어야 하고, 그 행위에 의해 국제의무를 위반해야 하는 것이다(ILC 초안 I부 3조). 여기에서 국가행위의 개념은 종전보다 확대되어 국가기관의 직무상 행위는 물론 국가기관원에 의한 직무상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국가기관원의 행위가 국내법상 부여된 권한 범위를 초과한 경우에도 국가행위에 귀속시킨다(I부 10조). 국가행위가 국제의무를 위반한 경우 위법성이 인정되어 국가책임이 성립하게 된다(I부 16조). 종전에는 국가책임의 성립요건으로 고의, 과실이나 손해발생을 필요로 하였으나 이 협약 초안에서는 위법성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의, 과실이나 손해발생이 없는 경우에도 국가행위가 국제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국가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국가행위에 위법성이 있는 경우 국제범죄와 국제불법행위가 발생한다. 국제범죄는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필요한 의무, 민족자결권 보호의무, 인권보호의무, 인류의 환경보전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무 등 국제공익을 위반한 경우에 성립하고(19조 3항), 이러한 국제범죄에 속하지 않는 국제위법행위는 모두 국제불법행위에 포함된다(19조 4항).

국가행위가 국제의무를 위반하여 국제불법행위 또는 국제범죄가 발생한 경우, 피해국과 피해를 입은 개인(예외적인 경우)은 위반국에 대해 책임을 추구할 수 있다. 국제불법행위의 경우 피해국은 위반국에 대해 진행중인 국제의무 위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 사죄, 관계자 처벌 등을 요구할 수 있다(초안 II부 2장 6조-10조). 국제범죄의 경우 국제공동체를 피해당사자로 보아 국제불법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책임을 인정하며 피해국가가 행위중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외에 UN헌장 제7장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위 국가책임 협약 초안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런던협약 1993년 개정안이나 1996년 Protocol의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전면금지 조항을 무시하고 핵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는 경우, 환경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인류 전체의 피해를 미친 행위로 보아 국제범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손해발생이 없어도 국가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으므로 환경에 미친 피해 여부에 상관없이 국제공동체 전체에 의해 책임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가책임 협약안이 성문화 작업 중에 있고 국제불법행위와 국제범죄의 개념 이 형성 단계에 있어서 현재로서는 이를 근거로 구체적 피해보상과 책임추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험한 결과책임 초안

1990년 ILC초안은 당해 행위의 유형으로서 위험물질의 취급, 저장, 생산, 운송, 하역 도는 기타 유사한 행위, 위험한 방사능을 생산하는 기술의 사용 및 유전적으로 변경된 위험한 유기체와 위험한 미생물을 지구환경에 도입하는 행위를 규정했으나 1998년 실무자그룹은 이들 조항을 삭제하였다. 이 초안은 기존의 결과책임보다는 방지차원에 초점을 맞추자는 ILC의 결정에 입각해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약체결의 지연

국제법위원회는 양 협약의 작성작업에 착수한 이래 방대하고 복잡한 작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방법론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어려움이 겹쳐 쉽게 완료되지 않고 있다.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국제책임에 관한 상세한 규칙을 마련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협약체결의 지연을 가져온 한 요인이 되었다. 특히 협약내용이 강력한 규범으로서 국가에 대한 특별한 명령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많은 국가들이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 반면, 국가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광범위한 일반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는 명확성이 부족하고 강제성이 결여되어 있어 법규범으로서의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이를 조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3. 해양투기 관련협약상의 국제책임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환경조약들은 국제책임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보통으로, 책임문제를 전혀 규정하지 않거나 규정하더라도 지극히 일반적인 규정만 나열하고 있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와 관련된 조약들도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1972년 런던협약의 국제책임 규정(제10조)

핵폐기물 기타 유해물질의 해양투기를 규율하는 국제조약으로서 가장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1972년 런던협약은 제 10조에서 국제책임원칙을 다루고 있다.

이 조항에서는 먼저 다른 국가 또는 다른 지역 환경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responsibility & liability)이 국제법원칙에 따라 인정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현행 국제법원칙에 따라 국가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은 각 국가의 관할권 또는 통제하에 있는 행위가 다른 국가 또는 국가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의 환경에 피해를 미칠 때 해당국가가 이에 대한 불법행위 및 해로운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이 조항은 조약당사자들이 해양투기에 관한 책임평가 및 분쟁해결의 절차를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런던협약 교섭과정에서 국제책임에 관한 문제는 상당히 주요한 의제로서 다루어졌으나 실제로 폐기물의 해양투기로 인한 국제책임 발생시 이를 평가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는 마련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앞으로 국가들이 이를 마련하도록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런던협약 제 10조는 스톡홀름 선언 기본원칙 제 21호의 이념에 따라 국제책임관계를 규율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책임의 법적 기초로서 적정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즉 이 협약의 제 1조, 2조, 7(2)조에서 각 당사국은 해양덤핑으로 인한 해양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오염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협약은 핵폐기물 기타 유해물질의 해양투기에 대한 국제책임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제책임이 협약상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미흡한 규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 11차 협의당사국회의에서는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책임에 관한 작업팀(Task Team on Liability)을 구성하여 폐기물의 해양투기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존의 법제도를 조사, 연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

이 작업팀이 연구결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협약은 해양투기로 인해 해양환경 및 인류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책임제도의 입안, 특히 국제책임에 관한 특별한 규칙의 입안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양투기는 국가관할권 안과 밖의 해양환경에서 다같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은 기존의 국내법제도 및 국제사법 규칙만으로는 부족하며 아울러 국제법상의 책임제도의 발전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여러 국제기구에서 국제책임문제가 논의중이나 런던협약 내의 책임제도 입안이 우선적이며, 이 제도는 조약당사국이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업팀이 지적한 책임제도는 협약상에 구현되지 않고 있다. 1996년 Protocol의 국제책임 규정(제15조) 1996년 Protocol은 제 15조에서 국제책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런던협약 제 10조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국가 또는 다른 지역 환경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responsibility & liability)이 국제법원칙에 따라 인정된다는 것은 런던협약 10조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각 국가의 관할권 또는 통제하에 있는 행위가 다른 국가 또는 국가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의 환경에 피해를 미칠 때 해당국가가 이에 대한 불법행위 및 해로운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조항은 조약당사자들이 폐기물의 해양투기, 해상소각에 관한 책임평가 및 분쟁해결의 절차를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폐기물의 해양투기나 해상소각으로 인한 국제책임 발생시 이를 평가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를 국가들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6년 Protocol의 국제책임관계 규정은 핵폐기물 기타 유해물질의 해양투기에 대한 국제책임을 원칙적으로만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점에서 런던협약과 같다. 다만 국제책임의 발생요인으로 해양투기 이외에 해상소각이 추가된 점이 다를 뿐이다. 11차 당사국회의에서 구성된 국제책임에 관한 작업팀(Task Team on Liability)이 지적했던 국제책임에 관한 특별한 규칙 내지 법제도의 입안은 이 프로토콜 내에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따라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로 인한 국제책임은 ILC 협약안이 채택되는 경우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협정상의 규정

국제책임에 관한 여러 지역협정들의 태도도 런던협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염으로부터 지중해 보호를 위한 1976년 바르셀로나 협약은 협약 및 의정서 규정의 위반으로 인해 해양환경오염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책임과 손해배상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절차를 입안, 채택하도록 당사국이 협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책임의 법적 기초로서는 제 4조-11조 사이에서 적정한 주의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의 의정서는 책임과 손해배상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제 1조에서 당사국들이 해양투기로 인한 지중해오염의 예방, 감소를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다하도록 요구하는 등 적정한 주의의무를 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남태평양지역의 자연자원 및 환경보호를 위한 1986년 누메아 협약은 제 20조에서 책임과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남태평양지역의 오염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책임과 손해배상에 관하여 국제법에 일치하는 적절한 규칙과 절차를 입안 및 채택하도록 협력하도록 되어 있다. 이 협약의 제 5조-19조 및 1989년 의정서의 3조, 12조 등은 당사국들이 협약상 적정한 주의의무를 할 것을 요구함으로서 국제책임의 법적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발틱해 지역의 해양환경보호에 관한 1974년 헬싱키 협약은 제 17조에서 피해에 대한 책임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당사국들은 책임 및 이용가능한 구제책 결정에 필요한 책임한계, 기준 및 절차를 포함하여 협약을 위반하는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규칙을 가능한 한 빨리 발전, 수락하도록 착수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 협약 제3(1), 6(2), 10, 11조 등은 당사국의 해저 및 지하의 탐사 및 개발에서 나오는 오염 기타의 해양오염을 예방, 감소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협력하도록 규정함으로서 적정한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 협약과 달리 1972년 오슬로 협약은 국제책임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당사국들이 핵폐기물 기타 유독물질과 유류 폐기물로 인한 오염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증진시킬 것을 약속한다는 규정만을 둠으로서 지극히 일반적이고 모호한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1992년 OSPAR협약의 경우도 국제책임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하는 협약들은 보편적으로 국제책임을 인정하되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칙을 포함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국제책임분야가 워낙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고,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번해지는 대규모 환경오염사고에 비추어 볼 때 어떤 형태로든 국제책임규칙의 확립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피해발생시 그 구제책과 구상권, 분쟁해결절차 등 국제책임원칙의 제분야를 포괄하고, 동시에 국제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광범위하게 수용될 수 있는 국제책임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런 의미에서 ILC 협약안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채택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VI. 맺음말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는 국제환경문제 중에서도 특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이다. 핵폐기물의 해양투기가 해양환경 및 그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이 문제가 여러 강대국의 국가이익과 직결되어 있고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뿐만 아니라 법적, 정치적, 기술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2년 런던협약은 폐기물의 해양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을 범세계적으로 규제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여러 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1993년 개정안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저준위 핵폐기물의 투기 금지 조항을 채택함으로서 지난 수십 년 간 북태평양, 북대서양, 동해 등에 핵폐기물을 무단 투기해온 국가들의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런던협약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1996년 Protocol 역시 1993년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핵폐기물 해양투기의 전면금지를 규정함으로서 이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문제는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졌다.

다만 "최저기준 방사능 개념"을 정의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심해저 처분방식을 규제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미 바다에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투하되었으므로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핵폐기물의 처리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양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궁극적인 해결방안 또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이태리,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핵 변환기술(transmutation technology)의 일환으로 가속기를 이용하여 핵폐기물을 보다 안정된 물질로 변환시키거나 반감기를 줄이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런던협약과 1996년 Protocol은 해양투기로 인한 환경피해 발생시 분쟁해결 기능을 하는 국제책임규정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핵폐기물의 투기행위가 주변국가에 환경피해를 일으킨 경우 투기국가는 이에 책임을 지고 발생한 피해에 대해 배상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국제법상 원칙이다. 그러나 런던협약은 이러한 일반적인 국제법원칙만을 언급할 뿐, 실제로 발생한 피해를 어떤 방식에 따라 어떻게 배상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ILC에서 제정작업 중에 있는 국가책임에 관한 협약이 채택되는 경우 그에 의거하여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의 동해는 반폐쇄해이기 때문에 핵폐기물을 투기하는 경우 주변 연안지역이 심각한 폐해를 입게될 우려가 있다. 러시아가 30여년 이상 동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한 행위는 런던협약 뿐만 아니라 그들 국가의 국내법 조차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이들의 투기행위가 동해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994 년 1월 우리나라, 일본 및 러시아의 3개국 공동조사가 실시되었고, 해양생태계에 아무 피해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공표된 바 있으나 핵폐기물의 장기적인 영향을 속단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폐기물을 담은 콘테이너가 몇십 년 후 부식되는 경우에는 방사능물질이 동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92년 10월 24일 러시아연방 대통령령 613조에 의해 설치된 핵폐기물 해양투기에 관한 정부위원회 보고자료로서 제출된 야블로코프 보고서는 자국의 핵폐기물 해양투기로 인한 방사능 오염상태가 자연방사능 및 인공방사능에 의한 일반적인 노출과 다르지 않음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고도의 생태학적 위험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핵폐기물 투기가 동해의 해양환경 및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주변해역에 거주하는 한국-일본 양국 국민들의 생명 또는 재산에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러시아와 우리나라 및 일본 사이에 국가책임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ILC 국가책임에 관한 협약안이 고의, 과실이나 피해 발생이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국제법상 상세한 구제책이나 구상권 내지 분쟁해결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보상문제는 러시아-한국, 러시아-일본의 국가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기순, 대한국제법학회 학술세미나 발표 (2000년 4월 29)